“영장심사 포기한 건진법사, 구속 수용 의사”…특검, 전성배 신병 확보 나선다

통일교 청탁 및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을 둘러싼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특별검사팀 간 신경전이 수사 정국의 변수로 떠올랐다. 전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참여를 포기하며 구속을 자청하는 이례적 태도를 보이면서 검찰의 수사 향방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성배씨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전씨는 전날 밤 변호인을 통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영장실질심사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그는 “본인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고초를 겪는 상황을 견딜 수 없고, 당연히 본인도 잘못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구속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씨는 심사에는 불참하되, 이날 오전 8시 54분 직접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웨스트빌딩에 위치한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했다. 그러나 ‘구속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이유’, ‘통일교 청탁 알선 혐의 인정 여부’, ‘여러 사람의 고초가 김건희 여사를 가리키는지’ 등 취재진 질문엔 일절 답하지 않았다.

전씨가 미체포 피의자 신분인 만큼, 통상 구속영장 심사를 위한 출석 대신 피의자 신병 확보에 따라 법원 내 대기실 등에서 유치된다. 법원은 이날 대면 심사 없이 특검이 제출한 수사기록과 증거자료만으로 신병 확보 필요성을 판단해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구속영장 집행 또는 인도를 위한 절차상 법원 내 유치 역시 진행된다.

특검팀은 지난 19일 전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팀에 따르면 전씨는 2022년 4월부터 8월께 통일교 측에서 ‘김건희 여사 선물용’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교단 현안 청탁 명목의 물품을 받아 김 여사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청탁 범위엔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사업 지원,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전씨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로부터 청탁성 요구와 물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김 여사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뿐만 아니라,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 주요 유력자들로부터 기도비 명목의 돈을 받고 공천 관련 청탁을 소위 ‘윤핵관’ 등에게 전달했다는 의혹과,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당시 권성동 의원 지원을 위해 통일교 신도 당원 가입을 시도했다는 정황 역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정치권에서는 전씨의 구속 이후 특검 수사가 김건희 여사와의 대질신문 등 향후 수순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적으로 한쪽이 일부 혐의를 시인하면 진술 진위 확인을 위한 대질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구속 여부 결정 결과와 추가 소환 조치가 정국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법원은 특검팀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구속 필요성을 종합 판단하게 된다. 향후 전성배씨의 신병이 확보될 경우 특검은 보강 조사 및 관련자 진술 대조 등 후속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