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대형 산불의 상처”…무책임 복구에 잿더미만 남았다→침묵 휘감은 피해지의 절규
산불이 남긴 검은 상처가 조금씩 희뿌옇게 바래는 사이, 이재민들의 삶은 멈춘 채 서늘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시사기획 창’은 경북 일대 대형 산불 이후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불안이 엄습한 2차 피해 현장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했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수천 명의 이재민과 해결되지 못한 복구 문제, 그리고 장마와 더불어 커지는 산사태와 토사 유출의 공포였다.
합동점검반과 함께한 촬영팀은 산림청 산하 기관, 한국치산기술협회와 조림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현장 전문가들은 단일 수종에 집착하는 인공 조림 정책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침엽수와 활엽수를 함께 심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편백 등 인공 조림 구역의 들쑥날쑥한 활착률, 자연 복원지와의 뚜렷한 대비는 복구 사업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죽은 나무를 다시 심는 데 소요된 비용, 이 과정에서 반복된 실패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조림 사업의 새로운 단면과 마주했다. 지자체 등록 조림업체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고, 입찰만을 노리는 유령업체가 복구를 떠맡는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붕괴된 임도의 흔적 위로는 수백억 예산의 행방조차 알 수 없는 관리 공백이 겹쳐져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예산과 행정, 책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2차 재난의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연평균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그 자리에 남는 것은 법과 구조의 붕괴, 그리고 외면 받는 피해자들의 절망 뿐이었다. 산림청의 관리 부실과 산림조합의 답 없는 해명, 유령업체 난립은 반복되는 산불 재해가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님을 증명한다. 복원이 누구의 몫이어야 하는지, 그 물음표를 남긴 채 산불 이후 마을의 침묵만 짙어져 갔다.
경북 대형 산불 이후 마을 곳곳에 드리워진 책임 공백과 복구의 실상을 따라가는 KBS1 ‘시사기획 창’은 산불 한 번이 남기는 상흔과 또 다른 재난을 그림자처럼 좇는다. 이번 방송은 7월 15일 밤 10시, 아직 끝나지 않은 재난의 실체와 마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