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곤충, 시장의 활력”…구리에서 일상 탈출을 경험한다
요즘 구리로 실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잠시 들르는 교통의 도시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역사와 생태, 먹거기가 살아 숨 쉬는 일상의 여행지가 됐다.
날씨도 한몫한다. 이른 장마비에 하늘은 흐리고, 하루 종일 뇌우가 오가는 도시는 시끄럽지만, 오히려 실내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구리는 반가운 이름이다. SNS에선 구리 고구려대장간마을 체험 인증샷이 줄을 잇는다. 고구려 시대의 생활상과 대장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역사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뚝딱 소리 나는 체험 프로그램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금세 빠져들었다는 후기가 잇따른다.
시선을 위로 돌리면 구리타워가 있다. 하수처리장 굴뚝을 개조한 100m 높이 전망대, 그곳에 오르면 한강과 아차산, 도시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레스토랑과 갤러리가 함께 어우러져 비오는 날에도 여유로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 누군가는 “구리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곤충생태관이 제격이다. 형형색색 곤충 표본과 살아 움직이는 작은 생명들, 그 앞에서 아이들의 눈이 반짝인다. “꺄악!” 하는 소리 뒤에는, 곤충을 무서워하던 아이가 호기심을 품고 다가가는 변화가 남는다. 실제로 곤충생태관을 찾은 가족들은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경험이잖아요. 다시 오고 싶어져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시장에 들러 구리의 활기를 느껴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구리농수산물시장엔 신선한 해산물과 제철 과일, 국수 한 그릇의 따스함까지 살아 있다. 주말이면 줄을 서서 시장 먹거리를 맛보는 이들의 후기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다. “여기선 네모난 도시의 하루가 둥글게 풍성해진다”고 쓰는 이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도시형 실내 체험의 흐름을 “도심 속 동네 여행”이라 이름 붙인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역사와 생태, 식도락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것도 이 변화의 강점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실내에서 만나는 구리의 얼굴들, 이 변화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