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예술고 구조적 갈등 속 세 학생의 추락”…부산교육청 특별감사 착수→학교 혁신 과제 남기다
새벽,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세 명의 고교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학생들은 부산예술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로, 등굣길과 수업 시간 속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고통의 흔적이 유서로 전해졌다. 부산예술고 내부의 오래된 갈등과 행정적 불안정,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난 교육 현장의 붕괴가 그들의 마지막 길을 비춘다.
숨진 학생들은 평소 학업과 학교 생활에 충실했으나, 친구 사이인 세 명이 함께 옥상에 오른 후 같은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학교 내외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서에서는 학교 생활의 어려움과 관계된 내용이 포착됐다. 학생들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평범해 보였으나, 변화하는 교사진과 교육 환경에서 오는 압박감, 그리고 강사와의 갈등이 곪아가고 있었다.

부산예술고는 10년 넘게 관선 이사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이사진 교체와 행정 혼선, 신규 재단과 기존 관선 간 갈등, 올해 3월 단행된 대규모 강사 교체와 그에 따른 불안이 이어졌다. 학생과 강사 간의 마찰, 동급생과 학부모들의 증언은 교육 현장 내 신뢰가 크게 흔들렸음을 보여줬다. 일부 학부모는 강사의 언행을 문제 삼아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견고해 보이던 학교 바깥의 울타리에서도 학생들의 고민은 외면받았다. 밀폐된 교실 안에서 오래 쌓여온 구조적 문제는 가장 연약한 학생들의 상처가 되었고, 개혁의 손길 없이 이어져 온 오랜 갈등 구조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사건 이후 부산교육청은 즉시 김석준 교육감이 주재하는 긴급 대책 회의를 갖고, 중등교육과 등 유관 부서가 참여하는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최근 수년간 불거진 각종 민원과 학교 운영의 전모가 재조사 대상이 되면서, 학교 체제와 인사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칠 가능성도 커졌다. 교육청은 유가족 지원에 장학관을 급파하며 수습에 나섰다. 한편,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새로운 이사진 인선을 논의하는 등, 구조 변화의 움직임도 읽힌다.
이번 사건은 학생의 심리적 취약성만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학교 체제의 미비와 제도적 한계까지 사회적으로 조명하게 한다. 빠른 조사와 함께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학교 운영 시스템 구축 등이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교육의 기본 목적과 학생들의 안전, 그리고 근본적 개혁을 위한 책임이 모두에게 남겨진 숙제다.
고인과 유가족을 위한 애도와 지원과 더불어, 비슷한 고통의 사각지대가 반복되지 않도록 각계각층의 주체적 노력이 절실하다는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