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초106 질주”…정재호·최태호·전우주, 세계주니어 은빛 레이스→사이클 도약 예고
네덜란드 아펠도른 벨로드롬을 가른 회색 트랙 위, 세 명의 주자가 순서를 나누어 질주하던 순간. 한치의 망설임조차 없이 몸을 던진 정재호, 최태호, 전우주는 결승선에 가까워질수록 표정마저 단단해졌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응원소리는 더욱 커졌고, 그 에너지는 선수들의 페달에 전해졌다. 한국 남자 주니어 사이클 대표팀이 2025 트랙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단체 스프린트에서 46초106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는 21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아펠도른에서 열렸다. 예선과 준결승까지 정재호, 최태호, 전우주가 한 팀을 이뤘고, 결승전에서는 김민성이 마지막 바퀴에서 투입됐다. 한국은 초반부터 250m 트랙을 힘차게 몰아붙였으나, 미세한 순간에 페이스를 높인 영국 대표팀이 최종 44초471로 1위를 차지했다. 2초 차의 기록은 세 바퀴를 책임진 모든 주자의 순발력과 집중력이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음을 보여줬다.

특히 단체 스프린트는 한 선수가 한 바퀴씩 선두로 트랙을 끄는 경기로, 마지막 주자의 속도가 전체 기록을 좌우한다. 구성이 바뀐 결승에서도 김민성의 합류로 마지막 힘을 보탰지만, 영국의 뒷심을 넘어서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2024 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해, 한 단계 더 오른 수훈을 이뤘다. 44초222에서 46초106으로 기록은 다소 뒤처졌으나, 높은 경쟁 속에서 이룬 은메달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정창영 감독이 이끄는 남녀 6명의 선수단은 세계 강호들 사이에서 끈질긴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른 더위에도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서로를 향한 격려와 감사 인사를 나눴고, 대표팀의 성장에 환호하는 팬들의 열기가 결승 무대를 가득 채웠다.
차가운 트랙 위의 뜨거운 레이스가 끝난 뒤, 잠깐의 정적 속에서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눈빛만으로 모든 감정을 전했다. 이번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는 24일까지 이어진다. 정창영 감독과 한국 사이클 대표팀의 다음 질주에 더욱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