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1994년 LG트윈스 우승 이끈 명장”…이광환 전 감독 별세→프로야구계 깊은 애도
스포츠

“1994년 LG트윈스 우승 이끈 명장”…이광환 전 감독 별세→프로야구계 깊은 애도

신민재 기자
입력

첫 시작은 익살스러운 농담이었지만, 늘 선수와 팀을 향한 책임감이 말을 지탱했다. 시대를 넘어선 야구지도자 이광환 전 감독이 마지막 여정을 남기고 떠나자, 야구계와 팬들은 그가 남긴 발자취를 다시 떠올리고 있다. 수많은 선수와 지도자, 관중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1994년 LG트윈스의 금빛 우승 역시 이제 고인이 남긴 전설이 됐다.

 

이광환 전 감독은 2일 오후 3시13분 제주도 병원에서 폐 질환 치료 중 별세했다. 향년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인은, 중앙고와 고려대를 거쳐 선수 생활을 펼쳤고 1977년부터 중앙고 야구부 감독을 맡아 본격적으로 지도자 길을 걸었다. OB 베어스의 타격코치, 그리고 LG트윈스의 감독까지 오르며 한국 프로야구의 성장과 함께한 인물로 평가된다.

“1994년 LG 우승 신화”…이광환 전 감독 별세→야구계 애도 물결 / 연합뉴스
“1994년 LG 우승 신화”…이광환 전 감독 별세→야구계 애도 물결 / 연합뉴스

무엇보다 1994년, 이광환 전 감독의 이름은 당시 LG트윈스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과 함께 굵게 새겨졌다. 신인 3총사로 불린 류지현, 김재현, 서용빈의 약진과 한대화, 노찬엽, 이상훈 등 스타 선수단을 유기적으로 이끌며 상대팀을 압도했다. 자신만의 ‘자율 야구’ 철학을 앞세워 팀원마다 주도적으로 약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전술 변화도 과감히 시도했다.

 

이광환 전 감독은 일본 세이부, 미국 세인트루이스 구단 등에서 지도자 연수 경험을 뒤섞어 KBO리그 최초 투수 ‘스타 시스템’ 분업화, 선진적 관리법 등 혁신적 야구관을 현장에 심었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를 통해 기존 구단 운영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프로야구 현장의 판도를 바꿨다.

 

2000년대 들어선 한화 이글스, 우리 히어로즈를 맡아 지도했고 KBO리그 통산 608승이라는 굵은 기록을 남겼다. 지도자로서의 행보는 생활체육 확장까지 이어져, 서울대학교 학생 야구부를 10년 넘게 지도하며 학생 선수들의 꿈을 키웠다. 아카데미 원장, KBO 육성위원장 등 교육자와 행정가로도 남다른 역할을 살피며, 제주 서귀포 야구박물관 설립 등에 야구 유물 3천여 점을 기증하는 헌신도 잊지 않았다.

 

올해 3월 LG트윈스 KBO리그 개막전 시구 장면은 고인이 팬들 앞에 선 마지막 공식 모습이었다. 현장에 함께했던 수많은 팬들과 야구계 인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긴 작별 인사를 전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 고인의 제자들, 동료 감독들도 애도의 뜻을 잇고 있다.

 

야구의 계절이 깊어가듯, 감독이 남긴 유산도 오랜 시간 기억될 전망이다. 빈소와 추모 절차는 추후 안내될 예정이며, 선진적 리더십과 유쾌했던 미소는 팬들의 가슴 속에 오래 남을 듯하다.

신민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광환#lg트윈스#kbo리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