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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역사의 품에서 쉰다”…해남이 주는 새로운 여행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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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역사의 품에서 쉰다”…해남이 주는 새로운 여행의 감각

한유빈 기자
입력

요즘 해남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먼 남쪽 끝, 낯선 지역이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자연의 숨결과 깊은 역사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일상의 쉼표가 되는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SNS에는 해남 두륜산 정상에서 바라본 푸른 바다와 땅끝마을의 일출을 인증하는 사진이 가득하다. 실제로 해남을 걸었다는 경험자들은 “경치만 좋은 곳이 아니라, 오랜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명량해상케이블카에 올라 울돌목의 파도를 건너다 보면 이순신 장군의 치열함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출처=해남군  CI
출처=해남군  CI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대한관광협회 등에 따르면 남도권역 자연 관광지 방문객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객이 공룡박물관과 해맞이 공원, 그리고 로컬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지역 경제를 활기차게 만들고 있다. 날씨와 상관없이 갈 수 있는 박물관, 전망대, 카페 등의 선택지가 많아져 ‘다양한 감각의 여행’이 당연해진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감각적 힐링 여행’으로 정의한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소속 한 작가는 “해남은 자연이 주는 평온함과 역사의 울림, 거기에 지역의 맛이 더해져 감각이 차분해지는 곳”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에서 한숨 쉬려면 이렇듯 풍경과 이야기가 공존하는 곳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행 커뮤니티와 리뷰도 흥미롭다. “땅끝전망대의 수평선을 바라보면 시끄러웠던 일상도 잠시 멈춘다”, “트윈브릿지 카페에서 바닐라빈 라떼 한 잔을 마시며 사진을 남겼다”며 사람들은 자신만의 해남 감상을 공유한다. 고구마빵을 사고 빵 한 조각을 베어물며 지나친 하루를 위로한 기억, 비가 오는 날에도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바다 풍경이 주는 위안까지. 여행의 풍경은 모두 다르지만, 작은 여유와 치유의 감정은 다르지 않다.

 

달라진 여행의 목적은 분명하다. 해남에서의 하루는 ‘보고, 듣고, 맛보고 걷는 일상의 재발견’이 된다. 명량대첩의 현장에서 역사를 느끼고, 공룡의 흔적 앞에서 초라해지는 일상을 되돌아본다. 한반도 땅끝에서 해를 맞이하며 다짐하는 새로운 시작은, 사소하지만 소중하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해남의 풍경과 이야기는 오늘도 누군가의 일상에 조용히 스며든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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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두륜산#명량대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