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의 향기와 푸른 바다”…영덕에서 만난 여름의 쉼표
요즘처럼 숨 막히는 무더위에도, 시원한 바람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엔 휴가란 멀리 떠나는 특별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가까운 자연을 누리는 소소한 여행이 일상에 녹아들고 있다. 영덕의 바다와 숲길, 그리고 대게의 맛을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풍경이다.
영덕군 강구항 대게거리는 늘 북적이는 대표 미식 명소다. 바다와 인접한 이곳엔 다양한 대게요리 식당이 즐비해, 여행의 즐거운 목적지가 된다. SNS에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쫄깃한 대게만으로 벌써 힐링”이라는 인증샷이 빠르게 확산된다. 해질 무렵 오십천 풍경까지 더해지는 항구의 하루는 바쁜 도시와 다른 속도로 흐른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여름철 영덕을 찾는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특히 8월은 최고 35도까지 오르내리는 더위 속에서, 고래불해수욕장의 시원한 물과 길게 펼쳐진 백사장이 각광받는다. “뜨거운 햇살도 영덕 바다 앞에선 금세 식는다”는 여행자의 소감에 공감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자연 속 일상의 확장’이라 부른다. 김근영 여행칼럼니스트는 “숲과 해안, 모두를 품은 영덕의 풍경은 단순한 휴식 그 이상”이라며 “몸과 마음을 함께 쉬게 하는 여행지가 현대인에게 필요하다”고 표현했다. 벌영리 메타세콰이어 숲을 산책하는 이들은 “가만히 멈춰선 나무 틈 사이에서, 생각도 더뎌진다”며 여유로운 감상을 전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한여름엔 바다와 숲만한 사치가 없다”, “대게 먹으러 일부러 다시 간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창포말등대의 이색적인 대게 조형물과 한적한 산책로에도 “아이랑 함께 걸으니 순간순간이 그림 같다”는 감상들이 쌓인다. 아침엔 바다에, 한낮엔 그늘진 숲에, 저녁엔 등대 길에 머무는 시간. 누구나 각자만의 쉼을 찾게 된다.
이렇듯 영덕에서의 여름은, 특별해서 빛나는 게 아니라 조용하고 익숙한 자연의 한켠에서 오롯이 자신의 일상에 쉼표를 찍을 수 있어 더욱 소중하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