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진실 공방”…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순직해병특검 두 번째 소환
대통령실 '격노설'을 둘러싼 핵심 인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순직해병특검에 두 번째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직권남용 등 혐의 피의자인 김 전 사령관은 박정훈 대령에게 대통령실 내용 전달자로 지목된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 실체를 두고 정치권과 군 내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계환 전 사령관은 17일 오전 10시 25분 서울 서초동 순직해병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소환된 그는 지난 7일 12시간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소환이다. 특검 출석 과정에서 취재진이 '윤 전 대통령 격노가 여전히 사실이 아니라고 보느냐', '박정훈 대령에게 격노를 전달한 바 있나'라고 연이어 질문했으나, 김 전 사령관은 아무런 답변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해병대 채상병 사건은 2023년 7월 순직한 채 상병에 대한 초동 조사를 해병대 수사단이 진행한 후, 대통령실 차원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그해 7월 31일 오후 5시쯤 김계환 전 사령관 집무실에 불려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를 직접 전달 받았다고 진술해왔다. 반면 김계환 전 사령관은 해당 전달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하겠나"라며 강한 불쾌감, 이른바 '격노'를 표출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통화기록에 따르면 김 전 사령관은 같은 날 오전 11시 57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했고, 오후 5시에는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 3분간 통화를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했던 참모들 진술이 이어지면서 격노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은 첫 특검 조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해당 회의에서 화내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김 전 사령관의 진술 번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 발언 진위와 외압 경위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대통령실과 군 수뇌부의 책임을 강하게 물으며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정치적 의도에 따른 왜곡'이라며 특검 수사의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은 김계환 전 사령관의 진술 변화 여부, 목격자 추가 진술 등이 정국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모해위증 등 추가 혐의도 이첩받아 수사를 확대 중이다. 한편 국회는 채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관련 법안 논의와 정치적 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