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승부 뒤집었다”…신네르, 알카라스 꺾고 윔블던 첫 우승→이탈리아 테니스 새 역사
영국 윔블던의 센터코트가 마지막 포인트에 숨을 죽였다. 4세트 5-4,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신네르의 시원한 서브가 그물망을 단숨에 뚫고 들어가자, 관중석 전체가 일제히 환호로 뒤덮였다. 첫 세트를 내준 뒤 맞이한 위기에도 집중력을 놓지 않은 신네르는, 거듭된 역공과 경기 내내 조여오던 긴장감 속에서 이탈리아 선수로 처음 윔블던 남자 단식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새 역사를 썼다.
2024년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은 13일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세계 1위 신네르와 2위 알카라스의 빅매치로 펼쳐졌다. 두 선수 모두 시즌 두 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겨냥하며, 경기 내내 한 치의 양보 없는 랠리를 이어갔다. 1세트를 알카라스가 6-4로 따내며 앞서갔지만, 신네르는 곧바로 2·3세트를 모두 6-4로 가져오며 승부를 뒤집었다.

특히 4세트 4-3에서 서브 게임 15-40의 벼랑 끝 위기에 몰렸던 신네르는 잇따라 4득점을 올리며 흐름을 자신 쪽으로 되돌렸다. 이어 게임 스코어 5-4, 자신의 서브에서 40-15로 앞선 신네르는 단호한 강서브로 결승점을 찍었다. 이날 총 소요시간은 3시간 4분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신네르는 호주오픈 우승에 이은 2024년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신네르는 메이저 3대회 중 두 곳 정상을 경험하게 됐으며, 알카라스는 올해 프랑스오픈 챔피언에 만족해야 했다. 신네르는 남녀를 합쳐 이탈리아 최초로 윔블던 단식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고, 값진 트로피와 300만파운드(약 55억8천만원)의 상금도 함께 들어올렸다.
알카라스는 3년 연속 윔블던 우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했으나, 신네르의 끈질긴 저항에 막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두 선수의 상대 전적에서는 알카라스가 8승 5패로 앞서 있지만, 신네르는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당했던 역전패의 그림자까지 떨쳐냈다. 실제 신네르는 이번 대회 16강에서 디미트로프의 부상 기권으로 한 차례 위기를 모면했고, 이후 결승 무대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신네르는 잔디코트 메이저 타이틀까지 추가하며 앞으로 남은 프랑스오픈 제패 시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이라는 더욱 큰 목표에 도전할 동력을 얻었다. 알카라스도 향후 호주오픈 정복을 통해 커리어 그랜드슬램 완성을 노릴 계획이다.
경기가 끝난 직후, 올잉글랜드 클럽을 가득 메운 팬들은 뜨거운 박수로 두 선수의 투혼을 격려했다. 구슬땀을 닦으며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띤 신네르와 고개를 숙인 알카라스, 그리고 그 순간을 지켜본 관중들 사이에는 테니스가 품은 한순간의 영광과 땀방울에 대한 깊은 공감이 자리를 잡았다. 이번 2024년 윔블던 결승 경기는 현지 메이저 방송들과 글로벌 스포츠 채널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