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벗어나 그늘을 걷다”…용인, 여름날의 숲과 거리에서 찾는 휴식
요즘은 무더위를 피해 가까운 자연 명소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도로 위 시간에 눌려 머뭇거렸지만, 지금은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서 새로운 여유가 시작된다. 흐린 날씨도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지금 용인의 산책길과 숲, 젊은 거리에선 바쁜 일상과 잠시 거리를 두려는 이들이 모이고 있다.
용인은 대형 테마파크로도 유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은 조경과 자연 본연의 풍경이 공존하는 곳이 많다. 용인농촌테마파크에서는 넓은 들꽃광장과 체험농장 사이를 여유롭게 거닐 수 있다. SNS에서는 “이곳에선 바람결마저 씻은 듯 달라진다”고 적은 방문객 인증샷이 이어진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생각보다 선선한 바람이 더위를 식혀준다. 곳곳에 놓인 벤치엔 책을 읽는 이, 간식거리를 펼치는 가족, 그저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이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하루를 건너간다.

이런 변화는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근거리 휴양지 방문과 계곡·산책 명소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20~40대 젊은 층에서 ‘도심형 힐링’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짧은 시간이라도 일상에서 떨어져 자연을 경험하려는 욕구가 커졌다”며, “이런 외출은 단순한 피서가 아닌 일상 회복의 한 방식”이라 느꼈다.
고기리계곡에서의 하루도 남다르다. 흐르는 맑은 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열기가 가신다. 주말이면 인근 카페와 음식점 테라스에선 물소리와 숲 향기를 배경 삼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여기 오면 괜히 숨이 트인다”는 후기가 자연스럽게 공감된다.
색다른 숲길을 원한다면 용인자작나무숲이 반긴다. 흰 자작나무가 늘어선 고즈넉한 정원, 온실화원, 분위기 좋은 베이커리와 레스토랑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계절과 상관없이 온기가 감도는 이 공간에서는 분주함 대신 천천히 머무는 마음이 자란다. “한참을 걷다가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어도 좋은 곳”이라는 방문객의 경험담이 인상 깊다.
도심 감성 역시 빠질 수 없다. 보정동카페거리엔 감각적인 인테리어, 개성 강한 상점, 거리마다 다른 온도의 커피향이 어우러진다. 저녁이 되면 은은한 조명이 골목을 감싸 분위기는 더 묘해진다. 사진 찍는 사람, 대화를 즐기는 연인, 조용히 노트북을 여는 프리랜서까지, 이곳에선 용인의 ‘요즘’을 읽게 된다.
대단한 여행이 아니라도 되는 하루의 전환. 흐린 하늘 아래,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용인을 걷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