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개혁 필요”…안철수,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내정에 보수 혁신론 불붙다
정치적 소신과 개혁 의제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내부가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2일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한 안철수 의원이 본격적인 혁신론의 한가운데에 섰다. 전통적 친윤석열계와 달리, ‘파괴적 개혁’과 쇄신 필요성을 줄곧 제기해온 안철수 의원의 등장은 보수진영 내 노선 충돌을 예고하며 정국에 강한 파장으로 번지고 있다.
수도권 4선인 안철수 의원은 그간 당내 소신파·개혁파로 각인돼 왔다. 그는 2024년 국민의힘 당론에 역행해 두 차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모두 찬성표를 던지며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와 함께 지난해 7월 4일 진행된 채상병특검법 표결 과정에서도 여당 내 유일하게 찬성해 주목을 받았다. 당 주류였던 친윤계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셈이다.

탄핵 사태 이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과 계엄·탄핵 사태에 대한 당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등 독립적 입장을 이어갔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는 원내대표 경력이 있는 나경원 의원을 제치고 김문수, 한동훈, 홍준표 후보와 함께 4강에 올랐으나, 최종 2인 경선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후 김문수 전 선거대책위원장과 보수 통합의 진용을 꾸리며 재평가가 이뤄졌다.
특히 대선 경선 패배 후 김문수 선대위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했고, 전폭적 지원 유세에 직접 나섰다. 한편, 한동훈 전 대표가 선대위 합류를 거절하고 개별 유세를 벌였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미국으로 출국한 것과 대조적으로 안철수 의원은 적극적 당 통합 행보를 이어갔다. 또한, 당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를 직접 만나 보수 단일화 설득에 나서면서 주류 정치권 내 외연을 넓혀갔다.
이처럼 주류에서 ‘아웃사이더’로 여겨지던 안철수 의원의 정치 행보는 보수 내부에서도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제야 안 의원이 진짜 당 사람이 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안철수 의원은 최근까지도 당 쇄신을 거듭 요구해왔다. 지난 6월 13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21%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게시하며 “국민이 버린 ‘윤시앙 레짐’의 잔재에서 허우적대는 모습만 보인다”며 “피눈물 나게 반성하고 파괴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도 “계엄과 탄핵에 대한 책임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됐다’고 할 때까지 반성하고 쇄신하는 것만이 새로운 길을 여는 출발점”이라며 쇄신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독립적 외부 전문가가 주도하는 백서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안한 바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새 출발에는 진정한 혁신가를 모셔야 한다. 혁신의 아이콘이며 묵묵히 외로운 정치의 길을 걸어온 안 의원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의원도 지금이 얼마나 엄중한 시기인지 잘 이해하고 있다. 혁신위원장직 수락까지도 큰 고민과 결심이 따랐다”면서, “보수정당이 반드시 혁신·쇄신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내정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혁신위원장 체제 출범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보수 내 강경 쇄신파와 기득권 주류 세력 간 노선 충돌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 안팎에선 외연확장과 당내 통합, 그리고 쇄신 동력을 한꺼번에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하는 시선이 팽팽하다.
국민의힘은 향후 신규 원내대표와 혁신위 주도로 당 혁신 로드맵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정국은 안철수 혁신위원장 중심으로 보수 혁신 논쟁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