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철쭉 바다에 잠긴 순간”…이수련·박석신, 종주길 끝에서 만난 깊은 위로→마음 흔드는 산의 손길
산의 품에서 시작된 여정은 배우 이수련과 한국화가 박석신 두 사람의 발걸음에 따라 덕유산국립공원 위를 천천히 흘러간다. 이들이 나선 종주길은 무주 구천동계곡의 투명한 물소리와 오래된 전설이 남은 숲길을 지나, 전설 속 박문수의 발자취와 비파를 연주하던 선녀의 숨결까지 고요하게 품는다. 숨 가쁜 도시의 리듬과는 달리, 덕유산은 스무 개 넘는 봉우리와 백두대간의 긴 호흡으로 자연스레 사람을 쉬어가게 한다.
케이블카로 닿은 설천봉 해발 1500m 위에는 이른 여름의 철쭉과 야생화가 바위틈마다 피어나, 눈앞을 감싼다. 꽃이 진 산 아래와 달리 산허리마다 막 피어난 분홍빛 물결은 산의 견고한 내력과 덧없는 한철의 생동이 함께 어우러진다. 바람과 함께 흐르는 구름, 첩첩이 이어진 산줄기가 능선을 채우며,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이어지는 길목마다 새로운 감탄이 멈추지 않는다.

넓고 푸른 덕유평전과 능선을 흐르는 바람, 그리고 철쭉의 군락지는 어딘지 모를 아련함과 그리움을 심어 주었다. 두 사람은 넉넉히 펼쳐진 철쭉 숲에 발을 멈추고, 그 순간을 오롯이 가슴에 담는다. 지나는 길의 초록 물결과 바람, 분홍빛 꽃잎과 바위틈 고사목이 쌓아 올린 세월의 무게가 겹겹이 마음에 스며들었다.
늦은 오후 동엽령을 지나며 짙은 안개와 가는 비가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었지만, 그 무게마저 덕유산의 위로 아래서는 고요히 잦아들었다. 용이 춤추듯 꿈틀대는 무룡산의 능선은 종주의 중간 지점에서 잠시 삶의 여백을 허락했고, 이수련과 박석신은 각자의 시선으로 산이 건네는 조용한 응원을 받아들였다.
삿갓봉과 서봉, 육십령까지 닿는 여정은 짧은 철쭉의 계절처럼 덧없고도 깊었다. 덕유산을 빗겨간 안개와 바람, 그리고 지나온 봉우리마다 남은 이야기들이 산뜻하게 마음을 적셨다. 드넓은 자연 속에서 두 사람은 저마다의 속도로 산을 걷고, 시청자는 그 풍경 위에 자신의 마음을 겹쳐 본다.
하루가 저무는 산자락에 바람과 안개, 아직 남은 꽃과 고사목이 조용히 자리한다. 말 없이 위로를 건네는 덕유산의 품처럼, KBS ‘영상앨범 산’은 삶에 지친 이들에게 자연이 내미는 손길을 담담하게 전했다. 이수련, 박석신이 함께한 그 깊은 사색의 산행은 시청자에게도 오랫동안 머무는 여운을 남겼다.
한편 ‘영상앨범 산’은 덕유산국립공원에서 펼쳐진 이 여름 산행의 기록을 통해,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자연의 위로와 묵직한 사유를 전하며 방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