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이프도 IPTV 가세”…KT, 계열사 플랫폼 통합 전환 신호
IPTV 서비스가 전통적 위성방송·케이블방송 업체 중심의 유료방송 시장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KT 계열 위성방송사인 스카이라이프와 케이블TV 계열사 HCN이 IPTV 상품 ‘아이핏TV’를 동시 론칭하며, KT 그룹의 전사 차원의 미디어 통합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토종 OTT 합병, 넷플릭스 독주 등 변화 속에서 KT가 계열 미디어망을 한데 아우르는 시도로 시장 파급력이 주목된다. 업계는 이 행보를 ‘IPTV 주도 시장 대응의 전환점’으로 본다.
KT는 최근 스카이라이프와 HCN에 IPTV 셋톱박스를 공급, 두 계열사가 각각 ‘아이핏TV’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기존 위성방송과 케이블방송으로만 한정됐던 사업자가 인터넷망 기반의 IPTV 방식까지 판매 채널을 넓힌 셈이다. 이는 정부가 올해 시행한 기술 중립성 제도와 맞물려 있다. 기술 중립성은 플랫폼 사업자가 신고만 하면 기존 전송방식과 다른 네트워크로도 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 정책이다. 그동안은 위성·케이블·IPTV 간 전송방식 차이로 사업 모델이 엄격히 구분됐다. 그러나 신규 서비스 및 콘텐츠 다양화 요구가 커지면서 일종의 규제 샌드박스인 기술 중립성이 허용된 것이다.

‘아이핏TV’는 KT 인터넷망에 셋톱박스만 연결하면 별도 외부 안테나 설치 없이 고화질 IPTV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실시간 채널 외에도 주문형 다시보기(VOD), 쇼핑, 게임, 양방향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 기능 접속이 리모컨 하나로 가능하다. 기존 위성방송은 실시간 시청에 강점이 있었지만 VOD와 부가 서비스에서 한계가 컸다. 또한 위성방송에서는 FHD(초고화질) 이상 채널 지원을 위해 위성 중계기 임차가 필요하지만, IPTV는 4K, HDR 등 최고 수준 화질 송출이 자유롭다. 기술적으로 기존 미디어의 단일 전송방식 한계를 IPTV가 보완하는 점이 두드러진다.
시장 측면에선 각 계열사 입장에서 단일 인프라에 얽매이지 않고 고객 시청 환경에 맞춰 상품을 유연하게 공급할 수 있다. 도시 거주 이용자는 양방향 IPTV, 농산어촌 등 광랜 도입이 제한적인 지역은 위성방송 옵션이 강점이다. 케이블TV HCN도 유선주파수(RF)와 동축(HFC)망에서 IPTV로 전환 시, 추가 망 투자 없이 네트워크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로써 KT 그룹 내 전 계열사가 IPTV 형태로 가입자층을 세분화하고 서비스 융합 마케팅을 진행할 기반이 확보됐다.
글로벌 OTT·스트리밍 시장에서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플랫폼 중심 재편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국내는 티빙과 웨이브 통합 등 ‘토종 OTT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면서, KT가 유료방송 미디어 1위 사업자로 콘텐트 확보 및 협상력, 홈쇼핑 등 유관 산업에서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적으로도 방송 기술경계 완화(기술 중립성)는 미디어 규제와 사업구조 혁신, 소비자 선택권 확대 효과가 있다. 다만 실시간·초저지연이 필수인 스포츠 등은 위성방송의 우위가 남아 있고, IPTV는 정전·광랜 미설치 등 물리적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두 체제 병행이 지역적·환경별 맞춤형 미디어 서비스를 가능케 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KT가 차세대 AI 기반 셋톱박스 도입, 생활형 부가 서비스 확대 등으로 가입자 체류 시간을 늘리고, 구독·결제 등 수익원 다각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술 기반 산업 구조 전환과 플랫폼 경쟁력 강화 모두가 유료방송 미디어 판도의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전략이 실질적 시장 힘으로 연결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