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한 징계 현실”…KPGA, 직장 내 괴롭힘 고발자 해고→노조 반발 확산
조용한 회의실에서 시작된 침묵이 곧 술렁임으로 번졌다. 한국프로골프협회 직원들은 징계위원회 결과에 말없이 각자의 자리를 지켰지만, 동료의 해고 소식이 전해지자 참았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들 중에는 임원 A씨의 직장 내 괴롭힘을 직접 증언했던 이들도 포함돼 현장의 공기마저 가라앉았다.
한국프로골프협회는 이달 초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9명의 직원 가운데 2명을 해고, 4명을 견책, 1명을 경고하는 강수를 뒀다. 특히 8명이 임원 A씨의 직장 내 괴롭힘 진상조사에 참여한 직원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내부 반발은 커지고 있다. 오랜 근속경력을 가진 직원도 해고대상에 포함됐으며, 해당 직원은 “신고 후 오히려 가해 임원은 보호받았고, 정작 신고자는 해고됐다”는 심경의 발언을 남겼다.

반면 고위 임원 A씨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무기한 정직 조치만 내려진 뒤 수개월간 실질적 징계가 미뤄지고 있다. 협회 측은 이에 대해 "임원 역시 징계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현재 관계기관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전부터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경찰 수사, 고용노동부 과태료 처분,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권고까지 마친 상태라, 징계의 속도와 수위 차이를 두고 논란이 커졌다.
KPGA 노동조합은 7월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진보당 손솔 의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협회에 대한 특별 감사 및 특별 근로 감독 실시를 호소했다. 2021년 발생한 내부 성추행 사건에서도 협회가 피해 직원에게 정직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부당 징계로 판명났던 이력이 재조명되면서, 근본적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의 보조금 삭감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올해 KPGA의 사례는 관련 제도가 처음으로 적용되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고용노동부와 검찰, 스포츠윤리센터는 사안의 진상 파악을 위해 KPGA 노조와 추가 면담에 나섰다.
징계의 무게는 현장 곳곳에 파장을 남겼다. 서로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눈빛, 조용한 복도의 긴장감, 그리고 예기치 않은 이별을 맞아야 했던 지난날의 헌신. 골프계에 드리운 이 서늘한 공기는 사회 전체의 질문으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