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 연준 금리 인하 조기 시사”…미국 정책 전환 신호→관세·노동시장 불안 변수 부상
달의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미국 경제의 심장부 워싱턴 D.C.에서 새로운 정책 변곡점의 조짐이 포착됐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eral Reserve)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6월 20일(현지시간) CNBC와의 담담한 인터뷰를 통해, 관세인상에 따른 물가 충격은 오직 한 번의 파문에 그칠 것이라 예견하며, 연준이 이르면 다음 달 금리 인하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최근까지 매파로 분류되던 정책 결의의 결이 남아 있으나, 시장은 예민하게 태도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실제로 월러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임명된 인물로, 지난해 하반기 ‘완화’ 시그널 한번에 시장의 심경이 출렁였던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연준의 지난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가 4.25~4.50%로 동결된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의 논조 변화는 안개처럼 팽배해 있던 정책 방향성에 미묘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월러 이사는 관세 정책에 대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해도 그 영향은 일회성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노동시장 하방 위험이 본격화되기 전에 정책공간을 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연준은 이미 6개월간 관망했다”고 덧붙이며, “더는 고용시장이 붕괴될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연준 내 분위기는 결코 일치되지 않는다. 이번 수정 경제전망(SEP) 점도표에 따르면 연내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는 위원 수가 지난 3월 4명에서 이번 7명으로 늘었다. 인플레이션의 불씨와 성장 둔화의 기로에서 결정권자들은 어떤 쪽에 추를 기울일지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월러 이사는 최근 발표마다 노동시장 약화 징후에 더 큰 촉각을 세워야 한다는 소신을 반복한다.
이처럼 연준의 최종 선택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지는 와중에도, 세계 금융시장은 다음 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본격적인 금리 인하 논의가 이루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인플레이션의 실루엣이 사라지지 않는 미 경제의 난기류 속에서, 정책당국의 카멜레온 같은 변화와 내적 이견이 글로벌 투자 심리에도 긴 그림자를 던진다. 한국을 비롯한 무역 의존국 역시, 미국의 정책 변동 곡선에 따라 글로벌 자본과 환율, 수출 흐름이 요동칠 가능성에 눈길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