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원자력 안전성 높였다”…GIF 부산회의, 글로벌 협력 신호탄
차세대 원자력 발전 기술 개발을 둘러싼 글로벌 공조가 본격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11개국과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국제포럼(GIF) 정례회의를 13일부터 17일까지 부산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각국 연구자와 정책 결정자,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형 원자로의 안전성, 경제성, 지속가능성 등 핵심 의제를 공유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의가 차세대 원자력 상용화 경쟁의 기점을 구성할 것으로 주목한다.
이번 GIF 부산 회의는 대형 실증 프로젝트 협의와 4세대원전 6개 노형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동연구, 글로벌 정책 조율이 주요 의제다. 한국은 소듐냉각고속로(SFR), 초고온가스로(VHTR) 등 주요 시스템 개발에 20년 넘게 참여해왔으며, 2016년부터 부의장국으로서 국제 협력체계를 주도하고 있다. 기존 3세대 원전이 안고 있던 안전 문제, 경제성 한계, 핵비확산 우려를 개선하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가장 다른 부분이다.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은 운전 자동제어, 폐기물 저감, 사고 대비 수동 안전장치 등 혁신 기술이 적용된 점이 특징이다. 예컨대, 소듐냉각고속로는 급격한 냉각에 의한 핵분열 긴급 정지 능력이 탁월해 기존 경수로 대비 안전성이 높아진다. 초고온가스로 시스템은 950도 이상의 고온 열을 활용할 수 있어, 전력 생산 외에 수소생산 등 활용 영역이 넓다. 부산회의 기간 중에는 각 노형별 연구 현황, 실증 인프라 공동 이용 방안, 기술적 쟁점을 두고 심층 토론이 이어진다.
산업계 참여도 확대돼 실효성 검증이 주목받는다. 올해 신설된 ‘원자력 산업계 세션’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우리기술 등 국내 핵심 기업이 상용화 현황과 투자 전략을 발표한다. 한국은 대규모 검증 인프라 확보, 정책적 지원 등에서 꾸준한 이점을 가져가고 있으며, 제4세대 원전의 다목적 활용(고온 수소 생산 등)을 통한 시장 차별화 전략도 논의된다.
글로벌 협력 경쟁도 치열해지는 중이다. 프랑스, 일본, 미국은 대형 실증로, 핵심 소재 자체개발과 더불어, 최근에는 유럽연합 수준에서의 원전 택소노미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자체 방식의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상용화 시기를 2030년 내외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은 연구 역량과 국제 신뢰도, 산업생태계 연계성을 내세워 협력 체계의 중추적 역할을 지속한다.
정책 측면에서는 국제공동연구의 실증 데이터 확보, 안전성 인증 프로세스 공유, 기술 표준화 방향 등도 쟁점이다. 각국 정부 및 국제기구 대표들은 신뢰할 수 있는 공동관리 원칙, 데이터 투명성, 핵비확산 규범 강화 등을 협의한다. 한국은 GIF 정책그룹 내에서 인프라 공유와 안전성 기준정립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제도, 윤리, 정책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임이 강조된다.
전문가들은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이 본격 상용화되는 시기가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기술 상용화가 이뤄지면 한국을 비롯한 GIF 회원국의 에너지 전략이 새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부산회의를 통해 차세대 원전이 실제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