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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로, 그늘로 피한다”…도쿄 한여름 여행의 새로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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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로, 그늘로 피한다”…도쿄 한여름 여행의 새로운 풍경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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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쿄로 떠나는 사람들의 지도에는 공통점이 생기고 있다. 한여름, 36도까지 오르는 낮 기온과 체감온도 40도의 숨 막히는 더위를 피해 실내 공간과 시원한 숲속 명소가 여행의 중심이 되고 있다. 예전엔 활기찬 거리 구경이 ‘도쿄답다’ 여겨졌지만, 이제 도시를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은 달라졌다.

 

이런 변화는 날씨부터 예고됐다. 7월 첫 주 도쿄의 낮 기온은 31도에서 36도를 오가며, 습도까지 더해져 한층 무겁게 느껴진다. 일부 날엔 강수 확률이 90%에 달해 흐리고 습한 하늘 아래 천둥까지 동반된 뇌우가 쏟아진다. 4일부터는 맑은 날씨가 계속되지만, 폭염과 자외선 지수 ‘매우 유해’ 수준이 일상처럼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도쿄 당국은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양산, 모자, 자외선 차단제, 넉넉한 수분 섭취를 거듭 당부하고 있다.

사진 출처 = Pixabay(Tokyo Tower)
사진 출처 = Pixabay(Tokyo Tower)

자연스럽게 실내 명소와 시원한 그늘진 공간이 새롭게 주목받는 분위기다. 도쿄 스카이트리 전망대는 한여름에도 실내에서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도쿄 국립박물관과 에도 도쿄 박물관도 쾌적한 환경에서 역사와 문화를 천천히 즐길 수 있다. “박물관에서 더위를 잊는다”는 후기처럼, 실내 속 깊이 삶과 시간을 들여다보려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숲의 에너지를 느끼고 싶다면 신주쿠교엔이 단골로 꼽힌다. 넓은 산책로와 연못 주변에는 그늘이 많아, 숨을 고르며 꽃과 나무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다. 무더위를 피해 일부러 찾아가는 테마파크 도쿄 디즈니씨도 실내 어트랙션과 휴식 공간이 다양해 연인과 가족 단위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직장인 김지은 씨(33)는 “예전엔 유명 거리와 카페 투어가 먼저 떠올랐지만, 이번엔 체력을 먼저 챙기게 된다. 시원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찾아 다니다 보니 여행이 더 깊어지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일찍부터 박물관 예약부터 한다”, “양산은 필수템”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오간다.

 

기상 전문가는 “공공기관과 시민 모두가 무더위 대응법을 빠르게 익혀가고 있다. 안전이 곧 현명한 여행의 기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상의 중심을 실내와 자연 속 그늘에 두는 감각이 도쿄 여름의 새로운 기본이 되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폭염 속에서 나를 보호하며 여행하는 법이 이제는 당연한 ‘도쿄 여행의 일상’이 되고 있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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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쿄스카이트리#신주쿠교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