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강제동원 고향의 이름을 부르다”…일본 묵묵함에 깃든 소망→유해 수습의 진실 어디로
사라진 이름들의 아픔은 여전히 바람결에 흩날리고 있었다. MBC ‘PD수첩’은 지난 29일 ‘지워진 역사 그곳에 조선인이 있다’ 편을 통해 광복 80주년을 맞으며, 강제동원 희생자들의 유해를 찾기 위한 절실한 여정을 따라갔다. 방송은 밝게 시작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름 없는 조선인들의 슬픔과 유족의 간절한 바람이 무겁게 시청자 마음을 흔들었다.
프로그램은 일제강점기 일본 각지에 끌려가 목숨을 잃은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그 유해마저 수습되지 않은 현실을 주요 장면으로 담아냈다. 일본은 강제동원이 자발적이었다는 왜곡된 인식을 일부서 여전히 주장하고 있었고,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과 유해 수습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씁쓸함을 더했다. 이에 맞서 오키나와와 조세이 해저 탄광 등지에서는 시민단체와 유족, 조사단이 고요한 기록과 발굴의 현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키나와 전역을 돌며 곳곳에 스며든 희생자들의 흔적을 모아온 구시켄 다카마쓰 씨는 카메라 앞에서 깊은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기록조차 남지 않고 잊힌 이들이 “사실은 모두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 같다”며, 이름 없는 넋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불렀다. 조세이 해저 탄광의 참사는 더욱 아팠다. 1942년 수몰 사고로 136명의 조선인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음에도 일본 정부와 기업은 80년이 지나도록 외면했다. 그러나 지난 82년 만에 재개된 탐사에서는 한·일 잠수사가 합동 투입돼 유해 발굴 가능성을 열며 작은 희망을 심었다.
유가족은 “부디 한 위의 유골이라도 돌아오길 바란다”며, 전국에 도움의 손길을 호소했다. 이에 일본 시민단체는 “이 염원만은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자 했다. ‘PD수첩’은 일본 사회의 외면과 반성이 교차하는 현실, 그리고 유해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려는 노력을 촘촘히 그렸다.
광복 80주년 특집 ‘지워진 역사 그곳에 조선인이 있다’는 지난 29일 오후 10시 20분에 방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