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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채수근 상병 순직 2주기, 특검으로 넘겨진 진상규명
정치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채수근 상병 순직 2주기, 특검으로 넘겨진 진상규명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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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재난현장 동원 사고와 책임 회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2주기를 맞아 진상 규명이 특검으로 넘겨진 가운데, 유족과 관계자들은 깊은 슬픔과 함께 ‘책임자 없는 비극’을 성토했다.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 현장에 투입된 채수근 상병은 안전장비 없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바로 그날 이후, 유족과 친구들은 “눈물 나게 그리워도 볼 수 없는 너”라며 깊은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채상병의 부친은 아들의 사진을 카카오톡에 계속 남기며 2년째 아들과의 이별을 견디고 있다. 유족들은 매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영원한 해병 채수근 상병을 찾는다.

사고 당시 채상병과 동료 13명은 모래펄 강에서 구명조끼 없이 수색 임무에 투입됐다. 수사기관은 해병대가 내성천 지형의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봤다. 함께 투입됐던 장병들은 힘겹게 탈출했으나, 그는 급류에 휩쓸렸고, “살려주세요”라는 외침이 동료들이 들은 마지막 목소리였다. 채상병은 14시간 만에 고평대교 하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2년간 이어진 검경 수사에서는 뚜렷한 책임자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당시 현장 책임을 언급했지만, “도의상 책임”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초동 수사는 대통령실 외압 논란으로 이어졌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항명 이후 보직 해임됐지만 법정 투쟁 끝에 명예를 되찾았다. 경북경찰청은 67명을 조사했고 자료 190여 점을 확보했다. 지난 7월 8일 7여단장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임 전 사단장과 중간 간부는 불송치 됐다. 유족 이의 제기로 임 전 사단장은 지난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담당 검찰은 지난해 10월 압수수색 이후 제대로 된 진척을 보이지 않았으나, 이달 특검 체제 전환으로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유족은 “특검 전환으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며 “답답했던 2년을 진상 규명으로 갚아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19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채상병 흉상 앞에서는 부대 주최와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 추모식이 진행된다. 부모는 “오로지 채상병만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견딘다”며 “반드시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군 병력 재난현장 동원 안전 문제는 여전히 도마 위에 올랐다. 군 당국은 사고 때마다 대책 마련을 강조해왔으나, 현장에서는 반복되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군 지휘관들이 군인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인식을 바꿔야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책임자 처벌 없이 대책만 내세우는 관행으론 재발 방지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재난현장에 투입된 군 장병들은 후방 보조 역할로 국한됐지만, 사망 사고와 그 책임 논란은 군 안전문화의 근본적인 변화 없인 계속 반복될 것이란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수사기관 관계자 역시 “이번 특검 수사가 군대 내 안전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 규정 강화와 지휘체계 혁신이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 재난현장 동원 기준 재정립 등 후속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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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근상병#박정훈대령#해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