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뇌사 장기기증으로 새 삶”…두 번째 신장이식 성공 사례 주목
IT/바이오

“뇌사 장기기증으로 새 삶”…두 번째 신장이식 성공 사례 주목

정유나 기자
입력

정밀의료가 장기이식 수술의 한계를 극복하며 이식 환자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만성 신부전으로 두 번째 신장이식만에 새 삶을 찾은 50대 여성 환자 경모씨의 이례적 성공 사례를 공개했다. 이식 대기와 반복되는 거부반응 위험, 감작 등으로 통상 성공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재이식 환경에서 의미 있는 결과로 해석된다. 의료계와 이식 환자들은 이번 사례를 ‘고도 감작 환자 치료 전략의 분기점’이자, 뇌사 장기기증 중요성 확산의 계기로 주목하고 있다.

 

경모씨는 20대 초반부터 만성 신부전 진단을 받고 수년간 투석을 받아왔다. 1999년 첫 신장이식 후 7년 만에 거부반응이 나타나 투석으로 돌아갔고, 이후 반복되는 혈액 투석에도 이식받은 신장 기능이 소실됐다. 고도 감작(High sensitization)으로 항체가 다수 형성됐음에도 오랜 대기 끝에 이식 순번이 찾아왔지만, 항체 매칭 미흡으로 7차례나 이식을 포기해야 했다. 반복적 거부반응 위험, 우울증 등 심리적 부담이 컸음에도 경씨는 뜨개질 등으로 극복하며 끈질기게 치료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은 항체 분석 등 정밀진단을 기반으로 개별화 치료 전략을 모색했다.

기존 신장이식은 1회 이식 실패 후 고감작이 진행되면 재이식 성공률이 현저히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거부반응은 주로 환자 내 존재하는 특정 HLA(Human Leukocyte Antigen, 인체조직적합항원) 항체와 이식 신장의 유전자 불일치에서 비롯된다. 최신 정밀면역검사(Donor Specific Antibody)와 차세대 면역억제제 투여용 프로토콜이 적용되면 2회차 이식의 가능성이 크게 향상된다.

 

경씨는 올해 4월 유전자형 일치율이 높은 뇌사자 신장을 배정받아, 이식 전 고감작 항체를 단계별로 분석하고 특이항체 제거 주사 등 면역관리를 철저히 거쳤다. 수술 2주 만에 빠른 회복을 보였고, 현재까지 이식신장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내외 연구에서도 선별적 면역억제치료와 정밀 항체진단을 접목할 때, 재이식 환자 생존률이 기존 대비 30~50% 이상 높아지는 추세다.

 

뇌사 장기기증인은 한국의 신장이식 공급·수요 불균형 해소의 핵심으로 꼽힌다. 미국, 유럽 등은 생체·뇌사 장기기증 확대 및 유전자 맞춤 기반 선별 이식으로 합병증과 대기기간을 단축하는 전략을 안착시켰다. 국내는 장기기증률이 2023년 기준 인구 백만 명당 8.2명으로, OECD 평균(21.4명) 대비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정병하 신장내과 교수는 “합병증 관리, 면역치료 등 환자 자가관리와 의료진의 정밀진단이 결합될 때 복잡한 재이식 환자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며 “뇌사 장기기증 확대와 신기술 융합이 한국 이식의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식 환자들의 맞춤식 치료 전략과 기증문화 확산, 최신 정밀진단 도입이 맞물리며 장기이식 성공률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산업계는 이번 사례와 기술진보가 실제 의료 현장에 뿌리내릴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정유나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경모씨#서울성모병원#뇌사장기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