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3점포 폭발”…디아즈, 두산전 연장포→삼성 극적 역전승
왼손을 번쩍 들던 순간, 대구구장은 숨을 삼킨 듯 조용하다가 이내 거센 환호성에 휩싸였다. 디아즈가 휘두른 방망이 끝에서 터진 대형 아치는 삼성 라이온즈의 숨막히는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시즌 26·27호, 두 개의 홈런은 그날 밤 구장에 남겨진 팬들의 마음을 오래도록 흔들었다.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맞붙은 삼성과 두산의 경기는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4위 삼성과 9위 두산이 연장 10회까지 숨바꼭질하듯 엎치락뒤치락 승부를 벌였고, 결국 삼성은 6-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머쥐었다.

초반은 두산이 주도했다. 3회초, 이유찬의 2루타와 김동준의 중전안타로 선취점을 내면서 기선을 잡았고, 5회에는 김동준과 양의지까지 타점을 추가하며 3-0, 무게 중심을 앞쪽으로 돌렸다. 삼성은 상대 선발의 호투에 잠시 막힌 듯 보였지만, 내내 차분한 수비로 흐름을 지켜냈다.
경기가 중반을 넘기자, 반전의 불씨가 켜졌다. 6회말, 구자욱이 2루타로 물꼬를 텄고, 디아즈가 우중간을 가르는 투런포로 2-3, 추격의 신호탄을 날렸다. 만원 관중은 점점 뜨거워졌고, 삼성 타선은 흔들림 없이 8회말 김성윤과 구자욱이 연달아 적시타를 뽑아내 3-3 동점에 도달했다.
결국 승부는 연장 10회로 치달았다. 김성윤의 2루타와 구자욱의 고의사구로 두산 배터리는 1사 1,2루에 몰렸고, 디아즈는 망설임 없이 방망이를 돌려 우측 담장을 넘겼다. 끝내기 3점홈런, 그리고 2홈런 5타점. 이날 경기의 모든 흐름이 한 순간에 집약됐다.
경기 후 디아즈는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마지막까지 집중하려 했다"며 격정 어린 소감을 전했다. 환호 속에 쏟아진 사인볼, SNS에는 홈런왕 등극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줄을 이었고, 대구의 밤은 디아즈의 이름으로 채워졌다.
삼성은 값진 2연승과 함께 4위 자리를 단단히 지켰다. 디아즈는 이 승리로 시즌 27호 홈런까지 쌓으며 홈런 부문에서도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반면 두산은 계속된 연패에 9위에 머물며 고민이 깊어졌다.
끝난 경기의 함성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대구구장의 서늘한 밤공기, 동료들의 어깨를 두드리는 미소, 관중석에 남겨진 푸른 색상의 물결은 한 경기가 전해준 위로와 격려, 그리고 다시 찾아올 내일의 결전을 위한 다짐으로 번졌다. 삼성은 숨고르기를 마친 뒤 20일 SSG 랜더스와의 시리즈를 준비하며, 도약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