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우승 드라마”…지소연, 극적 결승골→한국 여자축구 동아시안컵 정상
수원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석에 젖은 함성이 밤하늘을 뜨겁게 적셨다. 벤치와 팬들이 한목소리로 숨죽이던 후반 25분, 지소연의 오른발에서 터져나온 페널티킥 골이 그라운드를 뒤흔들었다. 기다림의 시간 끝에서 피어난 우승의 감동, 20년 만에 맞이하는 여자축구 정상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16일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3차전에서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대만을 2-0으로 눌렀다. 전·후반 내내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인 대표팀은 전반에만 9차례 슈팅을 퍼부으며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 5분 김미연의 헤더, 전반 중반 정다빈과 장슬기의 연속 슈팅 모두 대만 골키퍼에 막혔으나, 드디어 전술 변화가 승기를 가져왔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신상우 감독은 문은주와 강채림까지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실점 위기는 없었으나, 도무지 뚫리지 않던 대만의 골문은 결국 페널티 지역 파울로 흔들렸다. 후반 25분 강채림이 얻어낸 PK를 지소연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결승골이 완성됐다. 후반 막바지에는 김혜리의 패스를 장슬기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 쐐기골로 승부의 매듭을 지었다.
이번 대회는 승점 5(1승 2무)로 중국·일본과 동률이었으나, 한국이 다득점(3골)에서 앞서며 챔피언의 영광을 안았다. 한국 여자축구가 동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5년 이후 20년 만이다. 특히 베테랑 지소연이 A대표팀 첫 공식대회 우승의 기쁨을 맛봤고, 신상우 감독은 부임 9개월 만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승부를 결정짓는 순간마다 팬들의 환호는 그라운드를 감쌌다. 남다른 전략, 끈질긴 투지, 그리고 우승을 향해 달리던 선수들의 땀방울이 하나로 어우러졌다. 대만전 승리로 상대 전적 15연승을 이어간 대표팀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하루를 견디며 단단해진 손, 빗물과 땀을 삼킨 얼굴, 벅찬 포효가 수원 밤하늘에 번졌다. 동아시안컵 우승의 기록은 모두의 가슴에 또 한 번, 한국 여자축구의 내일을 기대하게 했다.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에서 펼쳐진 이 드라마, 그 결실은 7월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현장 팬과 시청자들의 환호와 함께 온전히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