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전송요구권 6개월 유예 검토”…개인정보위, 산업계 우려에 신중 대응
개인정보 전송권 확대를 둘러싸고 산업계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맞붙었다. 개인정보 활용과 신산업 창출을 겨냥한 정책을 두고 업계의 제도 도입 부담이 불거지면서 유예 기간 검토 등 정부의 신중한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본인전송요구권 전면 확대를 담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업계의 우려와 정부의 대응이 맞물리며, 데이터 경제의 방향성을 둘러싼 논쟁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입장을 밝혔다. 개정안은 의료와 통신 등 일부에 국한됐던 본인전송요구권(마이데이터) 적용 범위를 모든 분야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매출 1천500억원 이상이면서 1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업자, 5만명 이상의 민감정보 또는 고유식별정보를 처리하는 사업자 등 일정 규모 이상 개인정보처리자 약 680개가 새롭게 본인전송 요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본인전송요구권은 정보주체가 사업자에 자신에 관한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내려받기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는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기회를 열 것”이라며 경제 활성화 효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전송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 기업 영업비밀 유출, 전문기관의 정보관리 소홀 등 다양한 우려가 나왔다. 개인정보위는 이에 대해 “재정이 열악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전송의무에서 제외된다”며 “오히려 이들 기업은 데이터 제공을 통해 혁신서비스 등 신사업 진출 기회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 중견기업 이상의 경우에는 “인터넷 홈페이지 내 개인정보 기록 조회·다운로드 기능을 추가하면 돼,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인정보처리자가 수집한 정보를 분석·가공해 새로 생성한 정보는 전송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전송요구가 타인의 권익이나 정당한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규정돼 있어 영업비밀 유출 우려는 사실상 없다”고 했다. 기업이 영업비밀로 판단하는 정보는 자체 마스킹 처리해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기관의 관리 부실 위험에 대해선 “엄격한 지정 및 감독·통제를 통해 신뢰도와 안전성이 확보돼야 하므로 정보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핵심 쟁점인 준비 기간에 관해선, 하승철 개인정보위 범정부 마이데이터 추진단장이 “유예 기간을 요청하는 의견이 많고, 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본다”며 업계 의견을 반영한 유예조치 검토를 공식화했다. 다만 “법제처 등과의 협의가 남아 있어 세부 기간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입법예고 기간 중 관련 업계와 시민단체, 협회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와 간담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도 병행했다. 하 단장은 “산업계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합리적 의견을 입법 과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 발표에 따라 데이터 규제 완화와 기업 부담 간 조율이 정국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개인정보위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향후 유예 기간 등 세부 방안을 확정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