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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문건 의혹”…이상민 전 장관 압수수색, 특검 본격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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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문건 의혹”…이상민 전 장관 압수수색, 특검 본격 수사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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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 이후 언론사 단전·단수 강제 조치를 둘러싼 의혹의 중심에 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정면으로 맞섰다. 단전·단수 지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7일 서울 등 전국 7곳에서 강제 압수수색에 돌입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언론 자유와 권력 남용, 민주주의 훼손 논란이 한국 정치의 고착 구조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언론사 통제 시도 사건 관련 이 전 장관 주거지, 소방청 등 7개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세종시에 위치한 허석곤 소방청장 집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이상민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 강행을 명령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직접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기관의 봉쇄와 소방청을 통한 단전, 단수 실시’를 지시한 문건을 보여줬다는 것이 지난 수사본부 수사 결과다. 이후 이 전 장관은 12월 3일 밤 조지호 경찰청장, 허석곤 소방청장 등에게 연이어 전화를 걸고, “경찰이 언론사에 투입될 것이고, 경찰청 요청이 오면 소방청은 협조하라”고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내용은 내부적으로 이영팔 소방청 차장 등에게도 전파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상민 전 장관은 “전기와 물을 끊으려 한 적이 없고,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는 “계엄 상황에서 폭동이나 유혈 사태를 우려해 소방청장에게 국민 안전을 각별히 챙기라고 당부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쪽지 문건 관련해서도 ‘대통령실에서 멀리서 종이 쪽지를 본 적은 있지만, 그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이 확보한 대통령실 CCTV에는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테이블 위 문건을 들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화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해당 문건에 문제의 단전·단수 지시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특검팀은 이상민 전 장관이 계엄 해제 당일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당시 핵심 관계자들과 함께 2차 계엄 또는 계엄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상민 전 장관은 “도시락을 먹으며 서로 신세를 한탄했을 뿐 구체적인 법률 검토나 후속 방안 협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조은석 특검의 강제 수사 개시를 놓고 양측이 격렬히 맞서고 있다. 야권은 "권력 남용과 언론 통제의 전말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여권 일부에서는 "정치 공세 성격이 짙다"며 특검 수사 과정의 공정성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대통령실 관련 의혹의 실체를 가리기 위한 특검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날 압수수색 이후, 특검팀은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이상민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사실관계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특검 수사가 언론 통제 지시 문건 실체와 계엄 상황에서의 권력 남용 논란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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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조은석특검#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