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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항암제 반응 예측한다”…루닛, 맞춤 치료 돌파구 제시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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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의료 솔루션이 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내 의료 인공지능 기업 루닛은 자사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 예측 연구 성과를 2025 유럽종양학회(ESMO 2025)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대장암·신세포암·비소세포폐암 등 다양한 암종 환자에서 AI 분석을 통해 개별 맞춤 치료 전략 도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돼, 산업 내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이번 성과를 ‘정밀의료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하며, AI가 실제 환자 생존 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루닛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학회에서 총 3건의 주요 연구를 발표한다. 이탈리아 피사대학교와의 공동연구에서는 정상 불일치 복구형 전이성 대장암 환자 161명의 조직 슬라이드를 AI로 분석해, 면역항암제 병용치료의 효과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개발했다. 구체적으로 루닛 스코프는 림프구·종양세포 등 6종 세포의 밀도 데이터를 정량화해, 환자를 두 개 그룹(A·B)으로 분류했다. 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이 추가된 병용치료에서 A그룹 환자는 무진행 생존기간(PFS)과 전체 생존기간(OS) 모두에서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반면, 화학요법 단독치료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아, AI 기반 바이오마커가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에 특이적으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이어진 독립 검증에서는 세툭시맙·아벨루맙의 병용치료에도 동일 바이오마커가 효과적으로 예측력을 발휘했다. 즉, 면역항암제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대장암 환자 중 실제 반응 가능성이 높은 집단만을 AI로 선별할 수 있음을 객관적 데이터로 입증했다.

 

국내 연세암병원과의 공동 연구에서는 신세포암 환자 253명을 대상으로 면역항암제(니볼루맙+이필리무맙)와 표적항암제(수니티닙)의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분석에서는, 종양조직 내 침윤 림프구의 공간 분포에 따라 ‘면역활성’과 ‘비면역활성’으로 환자군을 구분했다. 면역활성 그룹은 면역항암제 병용치료에서 60.5%라는 높은 객관적 반응률(ORR)을 기록했으나, 표적항암제 단독요법에서는 양 군간 차이가 없었다. 이는 AI가 신세포암의 1차 치료 전략을 정교하게 뒷받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국립암센터 등과 협력한 다기관 전향적 임상연구에서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데이터를 루닛 스코프로 분석했다. 그 결과, 면역활성 표현형을 보이는 환자 집단이 면역항암제 치료에 있어 유의미한 반응 개선을 보였다. 이는 AI 기반 진단의 정밀성과 예측력이 복수의 암종에 걸쳐 검증된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병리 진단이나 임상적 위험인자 중심 예측의 한계를 극복했다. AI가 디지털 병리 이미지를 해석해 다차원 데이터를 추출·활용함으로써, 더욱 미세한 환자군 분류와 치료 효과 예측을 실현한 것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 기반 정밀의료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며, 루닛은 다양한 암 분야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환자 맞춤형 항암치료에서 AI 기반 바이오마커가 의료현장의 표준으로 자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FDA 등 규제 기관에서도 AI 활용 임상데이터의 유효성 검증을 점차 강화하고 있어, 학계·산업계 모두 관련 기술의 상용화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AI가 실제 환자의 생존기간 개선에 직접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루닛 스코프가 암 환자 맞춤치료 전략의 핵심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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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ai바이오마커#에스모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