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에 반도체주 동반 약세”…미국발 조정에 한국 시장도 흔들
현지 시각 20일, 서울에서 미국발 인공지능(AI) 기술주 조정과 중국의 외국산 칩 규제 가능성이 부각되며 한국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였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반에 투자 심리 위축과 변동성 확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주요 종목이 하락 마감하는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 정책 기대감에 소폭 상승했다.
20일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2.85% 떨어진 25만5천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반도체(-3.11%), 한화비전(-3.98%), 테크윙(-3.04%) 등도 동반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최대 4.56%까지 급락하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일부 낙폭을 회복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0.71% 상승한 7만500원으로 마감해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이번 약세의 주요 배경은 미국 나스닥 지수 하락에서 출발한다. 전날 미국(USA) 뉴욕 증시에서 AI 관련 빅테크 기업들이 크게 하락하면서, AI 산업에 ‘거품’ 논란이 재점화됐다. 18일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투자자들이 AI에 과도하게 흥분해 있다”며 시장에 경고를 던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는 “AI 기업들의 가치가 이미 제어 범위를 넘어섰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는 추가로 중국(China)의 움직임도 부담 요인이다. 최근 중국 당국이 외국산 반도체 칩 사용을 억제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기술주 전반에 매도세가 확대됐다. 이에 대해 한국은 물론 미국, 대만(Taiwan) 등 반도체 공급망 핵심국가들의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한편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 관련 정책 변화가 관심을 끌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금 지급 기업에 대해 일정 부분의 지분을 정부가 취득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 대상에는 삼성전자, TSMC, 마이크론 등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 TSMC는 논평을 거부했고, 마이크론·삼성전자·백악관 모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은 이미 TSMC에 66억 달러, 마이크론 62억 달러, 삼성전자에는 47억5천만 달러의 지원금을 결정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AI 버블 논란과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중국의 반도체 규제가 기술주 투자 심리에 불씨를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중국의 규제 리스크, AI 시장 기대와 현실 간 괴리 등 복합적 변수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도 AI 산업과 반도체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이번 하락세가 일시적 조정에 그칠지, 중장기 변동성 확대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