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정부, 안보·정보 주도권 신중론 부상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문제가 대한민국 IT산업 전략과 국가 안보 주권을 둘러싼 핵심 현안으로 부상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구글이 요구하는 국내 지도 데이터 해외 이전을 두고 “국가 안보 및 정보 주도권 관점에서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글의 수차례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과, 이를 둘러싼 미국 정부와의 무역 협상 압력까지 교차하며 데이터 거버넌스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문회 질의에서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도 데이터 반출이 안보상 불허됐지만 미국무역대표부가 무역장벽을 문제삼아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며 현 상황의 긴박성을 짚었다. 실제로 구글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이전을 통해 글로벌 지도 서비스 및 자율주행, 물류, 클라우드 기반 산업 혁신 역량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도 데이터가 군사시설, 주요 인프라와 밀접하게 연관된 국가 기초자료로 분류돼 있어 보안 이슈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다.

지도 데이터 산업은 위치기반 서비스, 내비게이션, 스마트 모빌리티 등 다양한 ICT 기반 서비스의 토대다. 특히 자율주행, 재난대응 분야에서는 실시간·정밀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해외 사업자의 기술력과 플랫폼 확장에는 유리하지만, 해외 반출 시 국내 데이터 주권 약화와 개인·산업정보의 관리 공백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그간 지도 데이터의 이하 영문 반출이 거부돼 왔다. 정부의 핵심 논리는 국가 안보와 정보 주도권 유지다. 반면, 미국·일본 등에서는 지도 데이터 반출 및 상용화 규제가 상대적으로 완화돼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글로벌 서비스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플랫폼 경쟁력 저하, 기술 협력 난항 등 부작용도 지적된다.
배경훈 후보자는 “구글의 요청이 산업, 경제 측에서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모두 낼 수 있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입장을 정리해 효과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산업적 효용과 국가 안보 사이에서 정부가 보다 정교한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앞으로 지도 데이터 반출이 허용될 경우, 식별 불가능 처리(비식별화), 민감 구역 삭제, 국내 서버 백업 등 다양한 규제 및 통제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또 데이터 관리·이전 관련 법률의 국제적 정합성 문제가 새로이 부각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시대 데이터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국가 간 데이터 이동·소유권 논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 진단한다. 산업계는 이번 지도가 실제 정책 전환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안보, 개방성과 규제라는 복합적 이해관계가 한국 ICT 산업 미래의 변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