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방출”…킴브럴, 애틀랜타 복귀→24시간 만의 이별
기대와 설렘으로 채웠던 단 하루. 익숙한 유니폼에 팔을 걷었던 크레이그 킴브럴의 표정에는 지난 세월의 무게가 가득했다. 10년 만에 불러준 친정팀이었지만, 감동의 무대는 24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2010년대를 수놓았던 메이저리그 ‘끝판왕’의 짧은 복귀, 벤치와 팬의 응원도 차갑게 식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6월 8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 원정 경기 직전, 불펜투수 크레이그 킴브럴에게 방출 대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3월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킴브럴은 트리플A에서 몸을 추스린 뒤, 하루 전 전격 콜업되는 감격을 맞았다. 복귀 무대는 7회, 위기 속에 마운드를 책임졌다. 1이닝 동안 1안타 1볼넷을 내주면서도 삼진 1개를 곁들여 실점 없이 막아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구위엔 긴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한때 최고 시속 160㎞를 찍었던 킴브럴의 강속구는 147㎞ 선까지 떨어졌고, 자랑하던 커브와 슬라이더도 더는 예리하지 않았다. 애틀랜타 구단은 이례적으로, 콜업 하루 만에 방출이라는 냉정한 선택을 내렸다. 전성기와의 격차, 불펜 재정비라는 현실적 과제 앞에 소년 시절 우상이던 등번호도 더는 지켜줄 수 없었다.
킴브럴은 애틀랜타 소속으로 2010년 빅리그에 데뷔해 5시즌 동안 186세이브를 올렸다. 2011~2014년에는 내셔널리그 세이브 부문 1위를 4년 연속 지키며 불펜 역사를 새로 썼다. 그러나 샌디에이고, 보스턴, 시카고 등 여러 팀을 거치는 동안 구위와 포스가 약해졌고, 점진적으로 마운드 중심에서 멀어졌다.
이후 시카고 화이트삭스, LA 다저스, 필라델피아, 볼티모어까지 30대를 넘기며 계속 재기를 꿈꿨다. 반면 기대와 현실의 간극은 매 시즌 더 벌어졌다. 그래도 킴브럴은 통산 440세이브라는 기록으로 메이저리그 역대 5위에 당당히 이름을 새겼다.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끊이지 않는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이번 시즌 치열한 선두권 경쟁과 함께, 킴브럴의 이별을 계기로 불펜진 재정비에 속도를 붙인다. 서늘하게 식어가는 마운드 위, 박수와 아쉬움, 응원과 헤어짐이 교차한다. 킴브럴의 손이 남긴 짧은 여운은 오랜 세월 끝에 마지막으로 피운 불꽃처럼 강하게 남았다. 애틀랜타와 샌프란시스코의 원정 2차전은 6월 9일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