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1조 시총 신기록”…코스피 3,000선 질주, 1조 클럽 225개사로 확대
한여름의 기운처럼 뜨거워진 국내 증시는 새로운 역사의 한 자락을 썼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 장대한 정점에 도달하며,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이 2,471조 원으로 또 한 번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 시총은 508조 원 넘게 늘었고, 1조 원을 돌파한 이른바 ‘1조 클럽’ 상장사는 225개, 그 수 역시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20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총은 지난해 말 1,963조 원에서 2,471조 원으로 불어나, 불과 반년 사이 25개 기업이 새롭게 1조 원의 벽을 넘었다. 이 중 올해 들어 신규로 1조 클럽에 오른 기업은 31곳, 한화투자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생명, 파라다이스, 롯데관광개발 등 금융주가 그 중심에 있었다. 한화투자증권의 시가총액은 7천억 원 수준에서 두 배를 훌쩍 넘기며 1조4,700억 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여명과 황혼이 교차하듯, LG화학 우선주와 롯데정밀화학, 동원시스템즈, DI동일, 세방전지, 금양 등 6개 종목은 1조 클럽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의 판도 역시 이전과는 결이 다르다. SK하이닉스의 시총은 126조 원에서 187조 원으로 60조 원 넘게 불어나 비중도 6.5%에서 7.6%로 상승했다. 반도체 강세장이 이끈 흐름이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 NAVER도 각각 1%대 중반 비중까지 올라섰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지점은 삼성전자였다. 시총은 35조 원 늘었으나, 전체에서 차지하는 몫은 16.2%에서 14.2%로 낮아지는 변화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도 비중이 하락하며 코스피 내 주도권 이동이 드러났다.
금융, 지주, 원자력, 건설, 조선, 방산 등 올해 시장을 흔든 주식들이 고공행진을 이었지만, 증권업계는 무분별한 추격 매수 대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하반기에는 반도체, 인터넷, 제약, 이차전지 등의 소외됐던 업종에서 새 성장의 불씨가 피어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PBR 1배로 1차 목표 구간에 도달한 만큼, 지정학적 긴장이나 각종 경제 지표의 결과가 차익 실현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숨가쁜 랠리 속에서 연착륙의 가능성과 단기 조정의 그림자를 동시에 읽는다.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내수 경기 부양에 거는 기대, 그리고 하반기 실적 개선 업종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다. 투자자들은 흘러가는 시황과 변동성 속에서, 각자에게 닿는 영향을 냉철히 가늠하고 현실적인 운용 전략을 고민할 순간이다.
증시가 쏟아내는 수치와 기록들은 한 시대의 궤적이자, 앞으로 맞이할 시장 변화의 예고편이기도 하다. 다음 주 발표될 미국과 국내 주요 경제 지표, 기업 실적, 정책 발표 일정은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드높은 수치 뒤엔 늘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진다. 지금은 그 흐름을 면밀히 읽어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