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부산 뜨겁게 물들다”…계곡·골목길서 피어나는 삶의 빛깔→바다가 품은 진짜 이야기
여름날의 부산은 햇살과 바람, 그리고 낯선 듯 익숙한 사람들의 표정으로 채워진다. KBS '동네 한 바퀴'는 327번째 여정을 통해 부산 곳곳의 변화된 풍경과 그 안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이들의 따스한 삶의 결을 밀도 있게 좇았다. 해운대의 작은 골목, '봉다리 해물찜'의 조요셉 사장이 비닐봉지 안에 담은 보일링 크랩 한 상자는 이방인의 기억과 그리움을 풀어낸다. 미국 남부의 소울푸드를 고단한 청춘의 추억과 함께 건네는 젊은 사장님의 모습은 여름 아침 해변만큼이나 뜨거운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한때 공장지대였던 전포동의 골목에는 이제 서툰 한국어로 하루하루를 꾸려가는 튀르키예 출신 야무르 에젬이 새롭게 안착한다. 바닐라와 향신료가 가득한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눈을 맞추며 건네는 인사는 문화의 경계를 넘어 사람들 사이에 조용한 감동을 만들어낸다. 전포카페거리에서 작게 퍼지는 고향의 풍미, 이방인 사장님의 정은 부산의 미래가 가진 새로운 얼굴을 암시했다.

장산 계곡에 고요히 스며드는 물소리는 이국의 학생들에게 부산을 두 번째 고향처럼 느끼게 한다. 더위를 식히려 모인 외국인 유학생들과 동네 사람들은 언어와 문화를 넘어선 진짜 우정의 한 장면을 완성했다. 도심의 숲길을 따라 이어진 짧은 산책이 담아낸 것은 부산 바깥의 색다른 이야기가 아닌, 이 도시가 품고 있는 세심한 온기였다.
무엇보다 변하지 않는 부산의 마음은 자갈치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그려진다. 여전히 손맛과 책임감으로 이어진 '자갈치 아지매'들의 세월, 대를 잇는 내장탕 한 그릇, 묵직한 목소리와 진득한 노동에는 오랜 시간 꿋꿋이 버텨온 삶의 증거가 녹아 있다. 단골손님의 안부와 식당을 채우는 온정을 통해 부산만의 느릿하면서도 단단한 생활의 빛깔이 퍼졌다.
마지막에는 해안선 따라 낭만을 좇는 어부와 해녀, 바다와 진료 사이를 오가는 안과 의사 사장이 하루의 일상을 그린다. 바다가 안겨준 수십 년 역사가 얹힌 이야기는 부산 바다의 짠 내음 만큼이나 깊게 시청자 가슴을 울렸다.
여름 골목에 웃음이 머무르고, 삶의 이야기가 바다 바람에 스며드는 이 순간, '동네 한 바퀴'는 부산의 오늘을 누구보다 정겹고 따뜻하게 담아냈다. KBS '동네 한 바퀴' 제327화 '예뻐졌다, 그 동네–부산광역시'는 오는 7월 5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시청자 곁을 찾아 부산의 여름과 삶의 온기를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