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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60년 우정의 온기”…오사카 골목마다 쌓인 삶과 기억→밤공기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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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60년 우정의 온기”…오사카 골목마다 쌓인 삶과 기억→밤공기도 울린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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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의 비가 내리듯 조용히 번진 재일동포의 삶은 ‘동네 한 바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온기로 피어올랐다. 양정숙 씨와 어머니의 식당에 번지는 김치 오코노미야끼 향, 서툰 한국말에 담긴 상냥한 미소가 깊은 그리움과 새로운 터전을 품었다. 오랜 시간 밑바닥부터 쌓아온 가족의 손맛은 잊혀진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살아 있었다.

 

가혹한 역사의 무게에도, 작은 식당과 오래된 시장은 지금도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사카의 골목을 휘감은 ‘든든하다’라는 감정이 세대를 잇는 다리가 되었고, 한일국교정상화 60년이란 긴 시간이 미식, 우정, 가족애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엑스포가 펼쳐지는 현장엔 첨단 기술과 함께, ‘재일동포 기념 월’이 조용히 서 있었다. 한국정원과 같은 공간에 남은 이희건 회장의 이야기는 뿌리를 지키는 이들의 자부심과 희생을 대변했다.

오사카의 온기부터 김치 오코노미야끼까지…‘동네 한 바퀴’ 한일 60년 우정→진한 삶의 풍경
오사카의 온기부터 김치 오코노미야끼까지…‘동네 한 바퀴’ 한일 60년 우정→진한 삶의 풍경

깔끔하게 접힌 한복, 투박한 손끝에 매달린 제수용 김치와 시장 골목의 정취는 오롯이 역사의 산 증인이었다. 최승규 사장의 한복 가게와 함께 서로를 붙든 상인들, 삶의 무게마저도 희미한 다정함으로 보듬어갔다. 시장의 소란에는 오래된 노력과 위기가 깃들었지만, 그 속에는 이방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또 다른 가족이 있었다.

 

건국학교 전통예술부 학생들의 사물놀이와 사자놀이, 사절단의 귀환을 알리는 듯한 힘찬 북소리는 오사카에 한국의 문화를 새기며, 아픔이 아닌 희망의 서사로 이어졌다. 일본 학생들까지 함께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순간들이 곳곳에 쌓였고, 세대를 넘어선 문화교류와 우정이 진한 감동을 전했다.

 

부산에서 온 혜선 씨와 일본인 남편 카즈 씨가 함께 차리는 식탁, 국적을 넘어 사랑의 맛이 번진 스시집 옆 작은 가게에서 가족이란 울타리는 더 넓어지고 단단해졌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음식 한 점에 담긴 진심과 배려가 일상의 경계를 허물었다.

 

공유의 사진으로 기억을 채운 작은 선술집의 키이 씨, 과거의 어둠을 건너 한국과 재일동포 손님들에게 인스턴트면을 서비스로 내놓는 그 모습까지도 국적을 모르는 따뜻한 인간애로 이어졌다. 서로 다른 언어, 다른 역사 속에서도 오사카의 밤은 연대와 온기로 더 짙은 색을 내고 있었다.

 

‘동네 한 바퀴’가 비춘 오사카의 길 위, 수십 년의 시간이 쌓은 사연과 음식, 그 안에서 잊지 못할 하루가 완성됐다. 골목에는 지난 세월의 슬픔과 자부심이 뒤섞이고, 새벽을 여는 재일동포의 미소에 희미하게 스며든 평안이 감돌았다. 한일우정 60년의 두 축으로 삶을 이어온 이들은 지치지 않는 연대로 길을 닦아갔다.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현장과 쓰루하시 시장, 그리고 다양한 동포들의 집을 잇는 이 여정은 6월 21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특집 1부 ‘든든하다 – 일본 오사카’ 편을 통해 시청자 곁을 찾아간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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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오사카#재일동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