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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는 국가 약속…배상보다 해원 중요” 이재명 대통령, 대일 외교 기조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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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는 국가 약속…배상보다 해원 중요” 이재명 대통령, 대일 외교 기조 천명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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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과거사와 경제 협력을 둘러싼 깊은 대치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일본 정부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배상 논란 등 민감한 현안을 두고 한일 간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대담에서 “국가로서 약속한 합의는 뒤집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정국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민으로서는 매우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이전 정권의 국가 간 합의는 국가의 신뢰와 정책 일관성을 위해 존중돼야 한다”고 조명했다. 그는 “정책 일관성과 국가 대외 신뢰를 고려함과 동시에, 국민과 피해자·유족의 입장도 진지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 책임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경제적 문제이기 전에 피해자의 감정이 중요하다”며 “진심 어린 위로가 먼저여야 하며, 배상의 문제는 오히려 부수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의의 외교적 의미와 피해자의 명예·존엄 회복이 함께 존중받아야 한다”며 “해원, 즉 원한을 푸는 과정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의 2015년 위안부 합의, 윤석열 정부의 2023년 강제징용 관련 합의 모두 국민적 동의가 부족했던 ‘한계 있는 합의’였음을 시인하면서도,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는 기조를 선명히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를 향해 “인도적, 감정적 측면에서 성의 있는 자세와 진심 어린 대처가 필요하다”며, 과거사 합의의 형식적 이행이 아닌 실질적 화해를 요구했다.

 

향후 한일관계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매몰되기보다는, 정확한 사실 인식과 상호 존중, 실질적 협력을 극대화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제협력기구 등 태평양 연안국 협력체 구축을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오는 23~24일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약 2년 만”이라며, 정상 간 셔틀외교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실질적 신뢰 구축을 위해 “양국 정상이 정례적으로 만나야 한다”고 밝혔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한다”며,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공동선언을 발표하길 바란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양국 관계 경색의 핵심 동인 중 하나인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문제에 관해선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선결”이라며, 수입 재개에는 국민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선 “북한에 대한 대결 정책에서 벗어나 평화적 공존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적대감 완화를 위해 한국이 먼저 대화와 협력을 시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하며, 일본에게도 미일동맹이 외교의 축”이라고 밝히며 “한미일 3국 협력은 안보, 경제 모두에서 핵심”임을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지리·경제적으로 뗄 수 없는 존재인 만큼,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한일 전용 입국심사’ 재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국민 생활과 직결된 영역에서는 ‘신뢰 회복’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는 신중론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은 이재명 대통령의 인터뷰에 주목하며, 과거사와 경제 현안 양축에서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국가 간 약속 존중 원칙과 함께 실질적 국민 감정 치유 요구를 병행하는 현실적 접근”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일관계와 동북아 정세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 이후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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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위안부합의#한일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