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딛고 결승선”…오세범, 세계선수권 남자 10㎞ 41위→마라톤 수영 집념 빛났다
싱가포르의, 흐린 하늘과 높은 습도. 대회 출발 신호가 두 번 울렸다.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10㎞ 오픈워터스위밍이 16일 오후, 센토사섬에서 경기 시작을 알렸다. 당초 오전 8시 30분이던 일정은 현지 수질 문제로 5시간 반 미뤄지며 선수들의 콘디션은 쉽사리 무너졌다.
오세범은 미끄럽고 불확실한 바다 위를 2시간11분33초90 동안 헤엄쳤다. 결승선을 향한 그의 41번째 순위와 완주 기록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더 빛났다. 출전자 62명 가운데 41위라는 결과. 박재훈은 도중 기권했지만, 오세범은 마침내 손을 내밀어 결승의 테이프를 붙잡았다.

이번 남자 10㎞ 경기는 바다 마라톤이라 불릴 만큼 극한의 체력을 요했다.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플로리안 벨브로크(독일)는 1시간59분55초50의 기록으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며 자신의 세계선수권 통산 7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경기장 한쪽에선 흙탕물과 높은 파고 속에서도 각국 선수들의 집념이 빛났다.
여자 10㎞에서는 황지연이 2시간22분18초80, 김수아가 2시간29분57초50의 기록으로 각각 41위, 49위에 이름을 올렸다. 여자부 우승은 호주의 모이샤 존슨이 2시간7분51초30으로 가져갔다. 경기장은 서로를 응원하는 동료들과 묵직한 파도 소리로 가득 찼다.
이번 대회에선 기존 25㎞ 최장거리 종목이 폐지돼 더욱 빠르고 짧은 3㎞ 녹아웃 스프린트 경기가 처음 도입됐다. 예선 1.5㎞, 준결승 1㎞, 결승 500m 순서로 이어지며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긴장감이 더해졌다. 오세범, 박재훈, 황지연, 김수아 모두 19일 신설된 스프린트에 도전한다.
해가 저문 센토사 해변, 긴 물살을 가른 선수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여운을 삼켰다. 포기 앞에서도 멈추지 않는 한 걸음, 오세범의 뒷모습에 많은 응원이 쏟아졌다. 이들의 도전은 18일 열릴 남녀 5㎞와 20일 혼성 6㎞ 종목, 그리고 19일 녹아웃 스프린트에서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