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사찰음식 천년의 울림”…경기도 산천서 피어난 삶과 문화유산→일상 속 위로는 어디까지
산과 강이 갈라놓은 오래된 경기도 땅 위에, 천년의 시간과 울림이 촘촘하게 쌓여간다. EBS ‘한국기행’은 경기도의 산천과 마을,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 걸으며 잊혀진 역사와 살아 숨 쉬는 일상, 문화유산 사이의 미묘한 흐름에 집중한다. 첫 발걸음은 남한산성의 경계에서 시작된다. 오랜 세월 도성을 지켜온 옛 길을 따라 벨기에인 크리스 씨가 남한산성 행궁을 거닐고, 토박이 주민들은 골목마다 묻어나는 조선의 흔적과 함께 능이백숙의 깊은 맛을 오늘도 이어간다. 짙고 단단한 돌담처럼 이어져 온 방패와 무예의 역사는, 여전히 주저 않고 일상을 버티는 손길 안에 살아 숨쉰다.
임진강을 따라 떠난 두 번째 여정에서는 크리에이터 박기성 씨가 연천의 고구려 흔적 위에 영상의 기록을 남긴다. 강물과 계곡, 옛 성터가 품은 당포성과 호로고루의 모습들은 DMZ의 무게조차 잊게 할 만한 청량한 여름빛 속에서 새로운 이름과 의미로 탄생한다. 자연을 오롯이 담아내는 박기성 씨의 시선은 마을과 역사가 어우러진 땅 위에 세대를 넘어 흐르는 시간의 소리를 전한다.

세 번째 이야기는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에서 펼쳐진다. 이건재 씨는 어린 날 놀이터였던 현무암 협곡과 주상절리, 비둘기낭 폭포를 지키기 위해 동네 사람들과 카약을 타고 강의 쓰레기들을 정성스레 수거한다. 대자연의 비경 앞에선 인간의 삶이 얼마나 작은가를 절감하지만, 동시에 마음과 손이 모여 만드는 책임과 애정 역시 세월보다 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남양주 능내리에 자리한 다산 정약용의 삶도 빼놓을 수 없다. 역사 여행작가 권기봉 씨가 여유당과 실학 박물관을 순례하며 정약용이 남긴 유산과 지혜를 오늘의 밥상과 시로 되살린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맞닿는 수종사에서는 차 한 잔에 깃든 사유와 고요가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마을 주민들은 정약용이 실천했던 농업의 의미를 매일의 식탁에 올려놓으며 깊이 있는 일상을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여정은 사찰음식의 세계로 이어진다. 하남 상불사에서 주지 동효 스님과 도반들이 직접 기른 채소와 발효음식으로 대중공양을 차리며, 1,700년 한국 불교의 수행과 소박한 삶이 한 그릇 음식에 담긴다. 시대를 뛰어넘어 전해진 손맛과 지혜, 마음의 울림은 사찰음식에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사람과 자연, 전통의 울림이 경기도 구석구석에서 오늘에도 살아 숨쉰다.
EBS '한국기행'은 남한산성에서 사찰음식까지 경기도의 다채로운 풍경과 느린 일상의 지혜를 따스하게 담아내며, 흔하디흔한 하루가 품은 역사의 가치를 조심스레 조명한다. 이 다섯 편의 기록은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밤 9시 35분 EBS를 통해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