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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신약거절 사유 200건 공개”…국내바이오사 개발전략 변화 예고
IT/바이오

“FDA 신약거절 사유 200건 공개”…국내바이오사 개발전략 변화 예고

한채린 기자
입력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허가 심사에서 반려 및 보완을 요구한 공식 서류인 보안요구서한(CRL) 202건을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한꺼번에 공개했다. 그동안 업계 내부에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던 신약 허가 거절의 원인을 투명하게 밝힌 이번 조치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인허가 절차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 역시 과거 CRL을 받은 이력과 이후 개선 과정을 다시 공개함으로써 향후 개발 전략과 투자 유치, 사업 확장 등에서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FDA의 CRL(Complete Response Letter)은 허가 신청 기업에 “현 단계에서 허가 불가”의 사유와 구체적인 보완 요청을 전달하는 공식 문서다. 거절 사유는 주로 안전성 문제, 임상결과 불충분, 제조 공정 결함, 생물학적 동등성 미입증 등이 꼽힌다. 이번 공개로 글로벌 개발자와 투자자들은 허가 심사의 관점과 용어, 비판항목까지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간 개별 기업이 받은 CRL 내용은 사실상 ‘블랙박스’였고, 비슷한 실수의 반복과 다수 품목의 심사 지연에 직접적 영향을 끼쳐왔다.

실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휴젤 등 국내 주요 바이오기업들이 받은 CRL 사례도 이번에 포함됐다. 셀트리온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스테키마’,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플라이마’, 항암 항체 ‘허쥬마’ 등에서 각각 독점권 만료 전 허가불가, 제조시설 결함, 설계 기준 미흡이 지적으로 반려됐고, 추가 보완 후 판매 허가를 취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에티코보’,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에서 기준물질 검증 미흡, 독점권 만료 전 재심사 요청 등 이유로 CRL을 받았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는 제조 현장 결함이 인정됐으나 후속 조치로 지난해 FDA 승인을 받았다.

 

이번 202건 CRL 공개로 후속 신약 개발기업들은 미국 허가 과정에서 요구되는 실질적 데이터와 문서 양식, 언어적 기준까지 폭넓게 참고할 수 있게 됐다. FDA 측은 “그간 의약품 개발자들이 심사 과정을 사실상 추측하며 대응했다”며, “CRL 공개로 제약기업은 물론 투자시장에 예측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외부에는 CRL 근거가 불분명하게 전달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불안이 컸다. 이번 공개로 글로벌 기준에 맞는 개발전략 수립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HLB 등 국내사의 일부 병용항암제는 이번 CRL 목록에 포함되진 않았다. FDA가 통상적으로 영업비밀 및 제품별 세부기술은 가리고, 일정 조건에서만 문서 공개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계자는 “CRL은 최종 실패가 아닌 보완→재도전→승인으로 이어지는 공식 허가 흐름의 일부”라며 “동일 부류 신약의 시행착오를 미연에 방지하는 실질적 가이드 역할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FDA의 이번 조치는 신약개발 패러다임의 중대한 변곡점이자, 국내외 바이오기업의 전략적 리스크 관리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조치가 실제로 허가 절차 혁신과 글로벌 시장 신뢰도 제고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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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