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34도의 도심”…삼척 주말 폭염에 쉬지 못하는 여름
요즘 한여름 오후, 삼척 거리엔 해가 높이 떠 있는 시간에도 인적이 뜸하다. 늘 살아 있던 동네 골목도 아무도 없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예전 같으면 여름은 맑음의 축복이었지만, 올해 삼척의 주말은 걷기조차 쉽지 않은 폭염의 연속이다.
기상청은 8월 23일 토요일부터 24일 일요일까지 삼척에 폭염경고를 내렸다. 23일엔 오전 9시부터 이미 33도를 넘어섰고, 정오와 오후 3시엔 최고 34도에 도달했다. 온도계에 찍힌 숫자도 부담스럽지만, 습도 80%에 달하는 후덥지근함까지 겹치니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는 이야기가 실감난다. 바람마저 약해 그늘진 곳조차 시원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시민 커뮤니티에는 “에어컨 없으면 못 살겠다”, “한낮 외출은 엄두가 안 난다” 같은 체감이 공유된다.

직접 삼척 시내를 돌아본 직장인 김영수 씨(38)는 “점심 먹으러 밖에 나갔더니 곧 식욕이 사라질 만큼 더웠다. 지하상가나 카페 같은 실내로 피신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일요일인 24일도 낮 기온은 33도까지 오르며, 새벽에도 최저 27도에 그칠 전망이다. 습도는 무려 90% 가까이 치솟아 밤잠조차 방해한다. 도시 곳곳 분수나 공원 그늘막이 평소보다 붐비고, 야외 산책은 거의 해질 무렵에나 볼 수 있다.
폭염 때 가장 조심할 것은 온열질환이다. 지역 보건소 의료진은 “야외활동은 무리하지 않아야 하고,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갑작스러운 두통이나 어지러움이 느껴지면 곧장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폭염의 본질은 체온 관리의 어려움에 있다. 어르신이나 어린이는 수분을 더 자주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말을 앞두고 삼척 주민들은 일상 패턴을 완전히 바꿔야 했다. 대형마트나 동네 카페에선 에어컨 가동으로 새벽까지 붐빈다. 반려동물 산책도 아침 일찍, 해가 완전히 진 저녁 시간으로 미뤄지고 있다. “이젠 더위를 피하는 시간표를 짜야 하루가 돌아간다”는 얘기도 들린다.
누군가가 말하길, 여름은 더웠던 순간들을 나누는 계절이라고 했다. 하지만 삼척의 올여름 주말은, 그 더위를 나누기보다 피하는 일이 일상에 가까워졌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