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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진 남북의 거리는 그대로”…광주 양궁선수권, 교류 기대→북한 참가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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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진 남북의 거리는 그대로”…광주 양궁선수권, 교류 기대→북한 참가 불확실성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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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장에서 스치는 숨결보다 묵직한 긴장감이 광주 세계양궁선수권 현장을 감쌌다. 남북 교류의 불씨가 쉽사리 살아나지 못하는 현실은, 출전 명단에 빠진 북한 선수단의 빈자리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결을 넘어 화해와 만남을 기대한 수많은 이들의 시선은 여전히 경기장 너머에 머물렀다.

 

광주 2025 현대세계양궁선수권대회가 약 40여 일을 앞두고 북한 선수단의 참가 여부가 미궁에 빠졌다. 세계양궁연맹, 대한양궁협회와 조직위원회는 꾸준히 초청 공문을 보내며 남북 스포츠 교류 재개 의지를 보였으나, 지난해 통일부 대북 접촉 승인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 여파, 변화한 정부의 남북 정책 등 어려움이 이어지며, 북한 선수단이 실제로 출전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북한 참가 불투명”…광주 세계양궁선수권, 남북 교류 전망 다시 관심 / 연합뉴스
“북한 참가 불투명”…광주 세계양궁선수권, 남북 교류 전망 다시 관심 / 연합뉴스

이에 국내 체육계와 국제대회 관계자들은 2027년 충청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까지 시선을 넓히고 있다. 부산 아시안게임, 대구 U대회, 인천 아시안게임, 평창 동계올림픽 등 과거 다수의 대형 국제대회에서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이 잇따라 성사됐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남북 스포츠 협력의 희망마저도 불투명해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개폐회식 공동 입장의 기억을 되짚으며, 스포츠가 새로운 남북 관계 해빙의 통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가 대북 전단 및 확성기 방송 중단처럼 유화 정책의 흐름을 보여주면서, 체육계에서는 탁구 종목 단일팀 논의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북한은 내년 평양에서 아시아주니어탁구선수권, 2028년 아시아탁구선수권 개최를 앞두고 있어 남북 접촉의 창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오는 10월 인도에서 열리는 아시아탁구선수권과 아시아탁구연맹 총회 현장에서 두 나라 선수단이 자연스럽게 마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시아탁구연맹 수석부회장이자 진천선수촌장인 김택수는, 남북 모두 경기력이 비슷하고 단일팀 경험이 풍부해 탁구가 교류의 새로운 물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또한 북한의 국제대회 복귀에 대비해 다양한 실질적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부터 남북 공동입장 재개, 선수단 파견, 단일팀 구성 등 구체적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밀라노 동계올림픽 역시 북한 참가가 불투명하지만, 스포츠가 먼저 만드는 만남의 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2027 충청 U대회 조직위원회 역시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회원국인 북한을 공식적으로 초청할 계획을 밝히며 남북 공동입장의 재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2003년 대구 U대회 이후 다시 한 번 국내 무대에서 합동 입장이 성사되는 장면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의 국제스포츠 무대 복귀와 남북 단일팀의 역사는 언제나 시대와 정서를 관통해왔다. 몸에 뵌 운동화 끈을 단단하게 조이듯, 수많은 기대와 기다림은 여전히 유효하다. 광주 세계양궁선수권의 도전과 여운은 오는 9월 5일, 또 한 번의 만남을 꿈꾸는 이들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남을 전망이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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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광주세계양궁선수권#남북교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