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수사외압 정점 직접 겨누겠다”…윤석열 전 대통령, 해병특검 피의자 신분 소환

권혁준 기자
입력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싼 수사외압·은폐 의혹이 윤석열 전 대통령 소환으로 치닫고 있다. 이명현 해병특별검사는 윤 전 대통령이 직권남용 및 범인도피 혐의로 오는 23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은 정점 수사에 착수한 해병특검과 이를 둘러싼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13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피의자 신분 소환 요구서를 오늘 오후 발송할 예정”이라며 “한 차례 출석조사로 사건 실체가 규명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집중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번 주로 예정됐던 소환 일정이 미뤄진 데 대해선 “충분한 준비 시간을 주기 위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은 채상병 수사외압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 도피 의혹의 실질적 결정권자”라며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피의자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보고를 받고 ‘VIP 격노’로 질책한 이후 국방부와 경찰의 기록 이첩 보류, 기록 회수 지시 등 일련의 수사개입 정황으로 번진 바 있다. 특검팀 조사에서 직접적 외압 및 이종섭 전 장관의 출국을 돕기 위한 인사 조치 의혹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에 올라 출국이 금지돼 있었던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 대사에 임명해 사실상 도피시켰다는 의혹에 직면해 있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도 이종섭 전 장관 도피 지원 혐의로 직권남용으로 고발돼 있고, 특검 조사에서 과거 ‘격노설’을 인정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이 소환 조사에 응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는 지난 7월 조은석 내란 특검팀의 재구속 수사에서도 불응하며 재판 출석 역시 거부한 전력이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발적 출석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불응 시엔 특검법상 교정공무원 지휘권 등 강제수단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 핵심 인물들을 증인이나 피의자로 소환해 수사망을 조이고 있다. 이와 관련 14일에는 이시원 전 비서관과 김태효 전 차장이 각각 조사받을 예정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대통령 재임 중 이뤄진 수사외압 및 대사 임명 관련 정점 수사가 정국에 미칠 파장에 촉각이 쏠린다. 야권은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한 특검 수사 불가피”라는 입장이고, 여권 일각에선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며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직접 조사 요구는 사상 초유의 사안으로, 향후 총선·정국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해병특검과 윤 전 대통령 간 정면 충돌 양상이 본격화된 가운데, 특검팀은 출석 요구에 불응할 시 추가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대통령 소환이 정국을 뒤흔드는 중대 분수령이 될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권혁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윤석열#이명현특별검사팀#채상병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