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짓 논란에 라운드 종료”…콜 해머, 규정 충돌→소신 실격 선택
가는 듯 돌아온 반등의 기회 앞에서, 콜 해머는 두려움보다 솔직함을 택했다. 경기 규칙을 지키겠다는 일념과 스포츠맨십이 그의 선택을 이끌었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한 명의 골퍼는 승부보다 더 묵직한 메시지를 골프계에 남겼다.
미국프로골프(PGA) 2부 콘페리투어 메모리얼 헬스 챔피언십 1라운드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팬서크리크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이날 콜 해머는 17번 홀 파3에서 4번 아이언을 들고 티샷을 했다. 문제는 샷 직후, 동반자 넬슨 레데스마의 캐디 니코 토레스가 ‘4번 아이언을 썼느냐’고 손가락을 펴 보였고, 해머 역시 같은 제스처로 응답했다는 점이다.

이 장면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골프 규정 10조 2항은 플레이 중 어드바이스 제공을 명확히 금지하는데, 해머는 즉시 이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미국 골프채널 보도에 따르면 해머는 동료 선수들 다수에게 자문을 구했으나, 대부분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베테랑 선수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머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해머는 2라운드 전날 아침, 룰 오피셜을 찾아 사실을 알렸다. 실격 결정은 곧바로 내려졌고, 손짓을 교환한 레데스마 역시 같은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브룩스 켑카와 게리 우들랜드가 유사한 제스처를 주고받았을 때는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이 뒤따랐으나, 해머와 레데스마의 경우는 엄격하게 적용됐다. 이처럼 해석과 적용이 상황에서 달라지자, 선수와 팬들 사이 혼선도 커지고 있다.
경기 후 해머는 “아쉬움은 남지만 마음은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레데스마 역시 “당혹스럽지만 옳은 결정이라 생각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해머는 최근 6개 대회 연속 컷 탈락 후 지난 대회 공동 23위로 반등 조짐을 보였으나 이번 실격으로 다시 도전을 준비하게 됐다.
주말에는 콘페리투어의 새로운 라운드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해머와 레데스마 역시 차분히 다시 각자의 플레이로 복귀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가벼운 손짓 하나에도 원칙의 무게가 더해지는 골프 무대, 그 현장에서는 늘 또 다른 이야기가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