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도 재난대응 체계 의무”…정부, 통신관리 확대에 기업 반발
정부가 통신 재난관리 기본계획의 수립 의무 대상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까지 확대하면서, 기업계와 국회에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로 정부 행정시스템이 장기간 마비된 상황에서, 클라우드 이중화 등 자체 재난 대응은 미흡하면서 민간 기업에만 엄격한 책임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업계는 통신 재난 대응 의무 부과 대상을 지나치게 넓히면 산업 발전과 서비스 혁신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태 이후 2023년부터 일평균 이용자 1000만명 또는 전체 트래픽 2% 이상 부가통신 사업자, 회선 설비 보유 기준을 충족한 기간통신사업자, 일정 규모 이상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등 29개사를 통신 재난관리 기본계획 수립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글로벌·국내 OTT 기업과 삼성헬스, 구글, 네이버, 카카오, 메타, 아마존웹서비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OTT 플랫폼과 같이 국민생명·안전과 직접 연결성이 낮은 민간사업자도 의무 대상으로 포함돼 기업 현장에서 반발이 거세다.

통신 재난관리 기본계획은 대형 데이터센터 화재나 네트워크 장애 상황에서 서비스 복구, 백업, 재해대응(mock drill) 절차를 문서화한 것으로, 식별된 사업자는 매년 정부에 계획을 보고해야 한다. 3년 전 카카오, 2018년 KT 아현국사 화재 등으로 실제 유무선 통신망, 디지털 플랫폼 기반 서비스의 국가차원 재난 위험성이 사회적으로 부각된 탓이다. 정부는 그간 데이터센터 면적·전력 규정 강화, UPS(무정전전원장치) 유지 관리, 송·배전·보안 대책의 법제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행정시스템 마비 사태에서 정부 자체 정보시스템의 이중화, 클라우드 전환, 자동화 백업 등 선진 재난복구 인프라 구축이 실질적으로 이행되지 않아, 부처 내 '현실 적용' 미흡을 두고 이중 잣대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행정시스템 장애로 대체설비나 우회망 부재, 스프링클러 등 물리적 소방설비 미흡 등 2018년 KT 화재 당시 지적된 사안이 반복됐다는 비판이 국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반면 기업들은 OTT와 같이 국민생활과 직접적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비스까지 의무화할 경우 정보보호·재난시뮬레이션 등에서 과도한 인적·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한다. 글로벌로는 미국, 유럽 등도 전자정부 핵심 서비스와 기간통신, 금융시설 중심으로만 재난관리 법적 의무를 적용하는 추세다.
업계는 향후 OTT 기업뿐 아니라 게임, 커머스, AI 플랫폼 등 민간 IT 서비스로까지 의무대상 확대가 예고돼 산업 규제 강도가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위기대응 인프라 고도화, 데이터센터 이중화 등 민간과 동일한 기준을 내부 시스템에도 적용해야 산업계 신뢰와 정책 효력이 함께 확보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재난관리 규제가 실제 산업 생태계의 혁신 역량을 저해하지 않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본다. 기술과 정책, 책임과 혁신의 균형이 시민안전과 산업 발전 모두를 좌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