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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 관세 대립 정점…협상 교착 속 신뢰 흔들→파리 재협상 불씨 남아”
국제

“미국-EU 관세 대립 정점…협상 교착 속 신뢰 흔들→파리 재협상 불씨 남아”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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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 얼어붙은 봄바람이, 파리의 회담장 너머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세계 경제 흐름을 좌우할 두 거인의 관세 협상 테이블에는 신중함과 불신, 그리고 국가별 이해가 빽빽이 교차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EU의 제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실망의 뜻을 명확히 했다. EU가 일방적인 관세 인하는 거부하고 상호적 인하만을 고집한 점, 그리고 미국 테크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 서비스세' 폐지를 협상안에 포함하지 않은 대목이 불씨를 키운다.

 

관세와 디지털세를 둘러싼 엇갈린 시선 위에, 미국과 EU는 당장의 합의보다 내면 깊은 견해차만 확인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기업에 부과되는 규제가 부당하다고 지적하며 줄곧 폐지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EU는 회원국의 다원적 이해관계와 경제적 유기성을 앞세워 단일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현실에 맞서고 있다. 독일, 스웨덴 등 일부 국가들은 영국·미국 간 ‘10% 상호관세율+품목별 인하’ 방식에도 동의할 수 없음이 확인됐다. 영국과 미국의 연합은 관세를 낮추고 교역 품목을 확대하는 전례를 남겼지만, EU는 그와 유사한 방식을 고수하길 거부했다.

미국-EU 관세 협상, 관세 양보 이견에 진전 난항…상호관세 인하만 제안
미국-EU 관세 협상, 관세 양보 이견에 진전 난항…상호관세 인하만 제안

서한과 문서가 오갔으나, 실질적인 변동은 없었다는 것이 현장의 증언이다. 무역장관회의장에선 비관적 전망이 늘어가고, EU 의장국 폴란드의 미하우 바라노브스키 차관도 미국 측 유화 제스처에 신중한 낙관만을 내비쳤다. 그러나 미국 공식 입장은 협상 상대가 누구든 동일하게 10% 관세율 원칙을 적용할 뜻을 시사한다. 미국에서 영국과 타결한 ‘자동차 연간 10만대 25%에서 10%로 인하’와 ‘미국산 에탄올·소고기 수입 확대’ 모델은 EU엔 쉽게 적용되지 않는다.

 

EU 무역 담당 대변인 올로프 길은 “공정하고 균형 잡힌 거래가 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유럽의 대미 전략이 여전히 변동의 여지를 남긴 채, 회원국 협상의 복잡성은 갈등의 늪을 깊게 한다. 미중 무역전쟁의 긴 휴전 기류 탓에, 일각에서는 미국-EU 간 협상 기대가 되살아났으나, 파장과 전망은 여전히 안개 속에 머문다.

 

다음 만남은 프랑스, 파리의 회담장으로 예정됐다. 세계 경제와 시장은 그들의 한 걸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이번 재회가 양측 무역 갈등의 확산을 막아줄 마지막 기회가 될지, 은근한 긴장과 신중한 기대 속에 이목을 집중한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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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관세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