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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못 다한 정부, 사죄”…이재명 대통령, 국가참사 유족 앞 공식 사과
정치

“책임 못 다한 정부, 사죄”…이재명 대통령, 국가참사 유족 앞 공식 사과

이예림 기자
입력

국가적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세월호, 이태원, 무안 여객기, 오송 지하차도 등 대형 사건의 유가족을 만났다. 이날 행사에서 대통령은 정부 대표로 공식 사과의 뜻을 밝혔고, 유족들은 사망자와 남은 가족의 아픔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재명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가 참사 후 갈등을 봉합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0여명의 참사 유족을 초청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행사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에서 “국가의 제1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데, 국민이 위협을 받을 때 국가가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는 잘못된 풍토 탓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는 일이 반복돼 왔다”며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유명을 달리한 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정부를 대표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가족들은 재난 뒤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며 극심한 심리적·물질적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최은경 오송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국가로부터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모든 일을 감당해야 했다”며 “오늘 같은 소통의 자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조사와 책임자 처벌, 유가족 지원 매뉴얼 마련, 추모비 설치, 심리회복 프로그램 도입을 촉구했다. 송해진 이태원참사 유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식 참석과 진상규명 의지 표명을 요구했다. 또 경찰 수사 기록 공개, 참사 정보 제공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 조치를 주문했다.

 

각 유가족 대표들은 무안 여객기 참사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특별법 개정, 안전 시스템 전수 점검, 트라우마 센터 설립 추진, 그리고 세월호 참사 핵심 자료의 투명한 공개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김종기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생명안전기본법의 신속 제정을 촉구하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제도가 올해 안에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날 대통령 사과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책임 인정 차원을 넘어 향후 법 제도 개선과 재난 대응 체계 구축 논의의 마중물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책임의 무거움과 보상·진상규명, 피해자 보호를 강조하는 유족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의 상징성도 평가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유가족들과의 대화 내용을 담아 법제도 개선방안 마련, 재난 관련 정보 추가 공개, 심리 지원 체계 확립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또한 생명안전기본법 등 유족 요구안 논의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날 청와대에서는 국민 신뢰 회복의 길을 모색하는 정부와 실질적 피해 회복을 바라는 유족이 정면으로 맞섰으며, 사회적 논의는 당분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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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이태원참사#생명안전기본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