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지도부 동반교체”…키움히어로즈 전례없던 결단→야구계 충격 확산
구단 사상 처음, 감독과 단장, 수석코치가 한날한시에 경질됐다. 3년 연속 최하위 그늘을 뚫지 못하던 키움히어로즈가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구름처럼 몰린 내부 긴장과 야구팬들의 고조된 실망감, 그리고 구단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터진 변화였다.
키움히어로즈는 14일 오후, 홍원기 감독,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의 동반 해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번 단행은 감독 자진 사퇴 명분을 허용하는 기존 관례를 뛰어넘은 강경한 결정으로, 구단이 성적 부진에 책임 있는 주요 보직에 모두 직접 '경질'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홍원기 감독은 2021년 부임 이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2022년에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주축이던 이정후와 안우진 등 주요 선수 부상으로 이어진 전력 약화, 그리고 2024년 전반기 기준 2할대 승률로 최하위권 탈출에 끝내 실패하며 교체 대상으로 지목됐다.
구단 관계자는 최근 성적 부진의 원인으로 드래프트 실패를 지목했다. 2018년 이후 선발한 신인들의 성장 한계와 2군 중심의 선수 육성 전략이 결과적으로 전력 재편에 역풍이 된 점이 이번 쇄신의 배경으로 꼽힌다. 고형욱 단장 역시 전반기 대부분 업무에서 배제됐고, 김창현 수석코치는 감독 대행 및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됐지만 구단은 함께 정리하는 방침을 택했다.
2019년 롯데자이언츠의 감독·단장 동반 사퇴, 2014년 롯데와 2011년 한화의 대대적 수뇌부 교체 등 프로야구 역사를 돌아보면 이번 키움히어로즈의 결정은 더욱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홍원기 감독과 고형욱 단장은 2021년 1월 나란히 선임된 이후 4년 반 만에 동시에 팀을 떠나게 됐다.
이번 동반 경질은 팀 성적과 조직 쇄신을 갈망하는 야구팬은 물론, 모기업인 스폰서 키움증권 측의 압박감 속에서 이뤄진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프로야구계 안팎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향후 남은 시즌 동안 키움히어로즈가 새로운 프런트와 지도부 체제에서 어떤 변화와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무거운 침묵이 깔린 구단 사무실, 성적표에 담긴 쓴소리, 유니폼을 정리하는 코치진의 뒷모습. 야구는 끝나도 과거의 경기는 남는다. ‘감독·단장·수석 동반 경질’은 키움히어로즈가 맞닥뜨린 위기의 기록이자 성찰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