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움직임 법칙 규명”…UNIST, 세계 첫 통계원리 발견으로 미세로봇 연구 탄력
미세세계에서 유기체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통계적 법칙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스탠퍼드 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청국장 발효균(고초균)을 모델로, 세균처럼 작지만 스스로 이동하는 미세입자들의 분포가 운동성과 액체상에 대한 선호도, 즉 두 가지 힘의 경쟁에 의해 결정된다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지난 9월 16일 온라인 공개됐다.
연구진은 마이크로 사이즈 세균이 각각의 액상에서 어느 위치를 점유하는지 정밀 분석했다. 핵심은 세균이 특정 액체상(수계 2상 시스템)에 끌리는 힘이 1피코뉴턴 수준임을 최초로 광학집게로 측정했다는 점이다. 한편, 세균이 자력으로 움직이며 내는 추진력은 10피코뉴턴으로, 외부 힘을 극복하고 개체가 환경을 이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기존에는 살아있는 세균의 분포를 1차원적 온도·농도 차이로만 해석했으나, 이번 연구는 미시적 추진력과 선택적 친화력이 역동적으로 작용함을 정량적으로 규명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번 이론은 실제 실험으로도 검증됐다. 연구팀은 고초균을 덱스트란·폴리에틸렌글리콜 혼합 수용액에 주입, 미세입자 및 세균의 분포를 영상화·계량적으로 측정했다. 두 힘의 크기와 방향에 따라 세균이 어떤 액체상에 더 많이 머무르는지 정량적 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원리는 단백질·세포 구성 성분 분획이나, 유전체 분리, 의료용 바이오칩 등 다양한 IT·바이오 융합기술 개발에 적용될 수 있다. 살아있는 세포의 미세환경 제어, 차세대 미세 로봇의 움직임, 조직 특이적 약물전달 기술 등 첨단 소재·의료 공정 혁신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준우 UNIST 교수는 “세균이 우리 몸의 특정 조직에 정착하는 메커니즘 해석 등 미생물학·의학의 근본적 문제를 푸는 단서”라며 “바이오칩·정밀 미세로봇 개발 등 산업적 파급력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미국 국립보건원·국립과학재단 및 미공군연구소, 팩커드 펠로우쉽 후원으로 진행됐다. 업계는 이번 원리가 웨어러블바이오센서, 생체모사 칩 등 신기술에 실제 적용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