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 효율 97%로”…UNIST·생기연, 저온 질소산화물 저감 기술 공개
질소산화물 저감 촉매 기술이 대기오염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연) 연구팀은 240~400도의 넓은 온도 영역에서 질소산화물(NOx)을 97% 이상 제거하는 신형 SCR(선택적 촉매 환원) 촉매 개발 성과를 6월 17일 공개했다. 이 촉매는 상온에서 고온까지 성능 저하가 거의 없어, 공장·자동차·선박 등 연료를 태우는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대기오염 저감 경쟁의 '게임 체인저'가 될 기술로 주목하고 있다.
연구팀이 선보인 핵심은 기존 상용 촉매의 최대 단점인 ‘작동 온도 협소’ 문제를 극복했다는 대목이다. 현재 주류인 바나듐-텅스텐 촉매 시스템은 350도에서만 고효율(약 90% 이상)을 내지만, 240도에서는 효율이 62.4% 수준까지 떨어진다. 반면, 신형 촉매는 저온(240도)에서 93.6%, 고온에서도 97%를 유지했으며, 부반응 부산물로 꼽히는 온실가스 아산화질소(N₂O) 생성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고효율 원천은 ‘육방정형 질화붕소(h-BN)’의 촉매 첨가 기술에서 비롯됐다. h-BN 물질은 바나듐 금속이 촉매 내에서 활성도를 오래 유지하도록 도와주고, 황산염·수분 같은 불순물로 인한 촉매 표면 오염을 방지하는 보호막 역할도 수행한다. 이에 따라 기존 촉매 대비 수명 연장과 내구성이 동시에 개선된 셈이다.
시장과 적용 맥락에서도 의미가 크다. 고온 제약을 벗어난 범용 SCR 촉매는 연료 연소 환경이 다양한 산업용·운송용 배출원 전반에서 도입이 가능하다. 실제 연구팀은 촉매를 산업용 덩어리(벌크) 형태로 성형해 현장 실증 성능도 확인했다. 장비 교체 없이 대기오염 규제 충족과 유지비 절감 효과까지 기대돼, 수요 산업의 범위가 빠르게 확장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대기오염 방지 기술 시장은 유럽·중국·북미가 선도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이번 SCR 시스템은 저온 활성화는 물론 바나듐 사용량 저감 및 경제성까지 동시에 확보해 국제 기술경쟁에서도 경쟁우위가 점쳐진다.
환경·안전 규제 측면에서도 진일보했다. 바나듐계 촉매는 독성 우려와 고가 소재 이슈가 병존하는데, 신기술은 바나듐 투입량을 줄이면서도 환경오염 위험성을 낮췄다. 미세먼지 대책 강화와 탈탄소 규제 강화 흐름 속 공공·민간 분야 모두 도입 동력이 될 전망이다.
조승호 UNIST 교수는 “작동 온도폭이 넓은 신형 SCR 촉매가 대기오염 원천 정화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며 “산업 현장의 경제성과 안전성까지 크게 개선할 기술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이번 촉매 기술이 실질 시장에 빠르게 도입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