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55점 환희”…허지유, 데뷔전 은메달→차세대 에이스 각인
라트비아 리가의 볼보 스포츠 센터에서 은빛 얼음 위를 가르던 허지유에게, 피겨의 새로운 기대와 환호가 쏟아졌다. 31번째 중 30번째 순서로 경기에 나선 허지유는 첫 국제무대라는 긴장 속에서도 단단한 집중력을 선보였다.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 64.17점, 예술점수 56.54점, 총점 120.71점을 쌓으며, 앞서 쇼트프로그램의 65.84점까지 합해 데뷔전에서 186.55점 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여자 싱글에서 허지유는 일본 대표 오카다 메이(189.67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3세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장면마다 흔들림 없이 기술과 예술을 균형 있게 펼쳤다.

오프닝 더블 악셀 성공 뒤에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 아쉬운 스텝 오류가 있었지만, 곧이어 기민하게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을 활용해 점수를 회복했다. 네 번째 트리플 루프, 그리고 최고난도 플라잉 카멜 스핀(레벨4)으로 흐름을 되찾은 허지유는 경기 후반부에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등으로 고난이도 연기를 선보였다. 쿼터 랜딩 판정과 GOE 감점 등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단독 점프 구성에 더블 악셀을 결합해 실점을 최소화했다.
무대가 끝난 뒤 허지유는 “주니어 그랑프리 첫 무대라 큰 기대보다는 차분하게 임했지만, 연기 초반 실수 후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또 “이번 경험을 계기로 다음 대회에서는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같은 대회에서 김유성(수리고)이 171.39점으로 5위에 올라, 한국 주니어 선수단 모두 존재감을 알렸다. 이번 허지유의 은메달은 한국 피겨스케이팅 차세대 세대 교체의 징후라는 평가와 함께, 향후 그가 걸어갈 성장 곡선에 팬과 지도자 모두 시선을 집중시켰다.
허지유의 성장은 단순한 기록 너머로, 새벽을 가른 연습과 무대 위 순간의 집중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힘겨운 훈련과 긴장 속에서도 북유럽 현장의 조용한 박수처럼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허지유가 다시 얼음 위에 설 다음 무대 역시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