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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신용등급 강등 충격”…미국, 부채 급증 여파에 금융시장 흔들리나→글로벌 파장 주목
국제

“무디스 신용등급 강등 충격”…미국, 부채 급증 여파에 금융시장 흔들리나→글로벌 파장 주목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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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로 접어든 5월 미국 월가에, 그간 잠복해 있던 불안의 기미가 한 번 더 짙은 그림자로 드리웠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6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징처럼 지켜온 ‘Aaa’에서 ‘Aa1’로 한 단계 아래로 내렸다. 오랜 시간 세계 금융의 든든한 주춧돌이었던 미국 신용, 그 절대적 위신에 작지만 의미심장한 흔들림이 깃든 것이다.

 

무디스가 촘촘히 지적한 지표들은, 미국 재정이 처한 구조적 딜레마를 드러낸다. 해마다 늘어나는 정부 부채비율과 재정지출 중 이자비용의 가파른 상승 곡선. 2023년 미국 이자지출은 세수의 12%를 차지했고, 이는 다른 최상위 등급 국가의 평균치 1.6%를 크게 넘어선다. 무거운 의무지출이 곧 미국 예산의 73%를 삼킨 오늘, 이 비중은 2035년엔 78%까지 내다보여다본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감세의 여운과 매년 누적되는 재정적자는, 예측 속에서도 매번 간과되는 ‘회색 코뿔소’의 모습으로 현실에 다시금 드러났다.

무디스, 美 신용등급 ‘Aaa→Aa1’ 강등…재정적자 부담에 시장 경고
무디스, 美 신용등급 ‘Aaa→Aa1’ 강등…재정적자 부담에 시장 경고

월가의 대부들은 나지막한 경고음과 함께 쓴소리를 내놓았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무제한 신용카드를 쓰는 것 같다”고,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는 국내총생산 대비 3% 수준의 적자 관리 필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도, 의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신용등급 강등 자체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경계하는 시선도 엇갈렸다. 조지프 라보르냐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수석경제학자는 무디스 발표의 시기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과 워런 버핏 역시 “미국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번영하는 국가”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물 경제와 시장은 아직 두 눈을 부릅뜬 채 신중한 낙관과 우려 사이에 놓여있다. 헤지펀드 톨루 캐피털매니지먼트의 스펜서 하키미안 CEO는 “결국 공공과 민간의 차입비용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고,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탈 어드바이저스 제이 햇필드 CEO는 “시장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점”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했다.

 

관세정책과 재정개편 논의, 그리고 아직 남은 대선 정치의 시간들 속에서 미국 국채 시장과 글로벌 자산시장은 다음 주 점차 드러날 시장의 실루엣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금융의 심장이 숨을 고르는 이 비틀거림이 짧은 진통인지, 장기 흐름의 서곡이 될지, 이제 모두의 시선이 서로를 넘나든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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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무디스#부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