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행정망 또 마비”…국가정보자원관리원 이중화 미비 드러나
대규모 행정망이 또 다시 마비됐다. 정부 행정 IT 인프라를 관장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전산실 화재가 주요 업무시스템 장애로 이어지며, 국내 공공부문의 재난복구(DR) 체계와 데이터센터 이중화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는 이번 대형 장애를 ‘국가 IT 인프라 이중화 및 재난대응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26일 오후 8시 15분경,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의 5층 전산실 UPS(무정전전원장치) 배터리 팩에서 리튬배터리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이 약 9시간 50분 만에 초진을 마쳤으나, 내부 온도가 높아 중심 ICT 장비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 이 사고로 정부 주요 업무시스템 647개가 일시 중단되면서 모바일 신분증, 국민신문고 등 핵심 행정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해졌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항온항습기 과열로 추가 피해 위험이 있어 전체 시스템을 일단 모두 멈췄다”며, 서비스 정상화 시점은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고의 원인과 확산 경로, 장애 파장이 2022년 카카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매우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UPS 화재로 인한 서버 마비, 이중화(백업) 시스템 미비, 신속한 DR(Disaster Recovery, 재난복구) 전환 실패가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국정자원관리원 역시 서버 DR, 클라우드 DR 등 다양한 이중화 기술을 갖춰야 했으나, 클라우드 DR 체계는 사실상 마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분원의 백업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즉시 실가동할 수 있는 규모는 제한적이다.
재해 복구 체계의 근본적 허술함도 도마에 올랐다. 김용석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은 “광주와 대전 센터 DR시스템이 구축돼 있다고 하지만, 전체 업무를 즉시 이관하거나 자동 전환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사고 이후 민간기업에 이중화 재난 대응을 강하게 권고해왔지만, 정작 국가 주요 데이터센터의 이중화 예산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해 신규 DR 구축 사업도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Standby’ 중심의 DR 방식에서 ‘Active-Active’ 동시운영 체계로 전환이 추진 중이나 당장 실효성이 없다.
본원 시스템 마비로 인한 장애 영향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정부 홈페이지 등 국가기관 민원 서비스는 물론, 우체국 금융·우편 업무 등 실생활 밀착 시스템도 가동이 중단됐다. 행정서비스 및 납세, 각종 증명서 제출 기한 등은 일괄 연장될 전망이다. 정부는 “우체국 금융, 국민 밀착형 서비스부터 단계별 복구에 최우선 착수하고 네이버 등 별도 임시 안내창을 통해 이용자를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핵심 인프라의 멀티 DR센터 구축과 동시에, 주·센터간 원격 데이터 미러링, 재난 발생시 자동 전환 기능을 표준 규격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일본, 영국 등도 공공 IT 인프라 재해 복구 및 보안 정책을 2~3중 레이어로 관리한다. 국내선 정부 승인기관조차 민간보다 DR 뒤처짐을 보이며, 장기적 데이터센터 혁신과 예산 투입 확대 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Active-Active 체계 전환 없이는 대규모 공공서비스 마비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데이터 백업의 신뢰성, 인프라 이중화, 재난복구 자동화 수준이 국가 경쟁력의 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이번 사태가 공공 IT인프라 정책 재정비와 기술 혁신 촉진의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