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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가을비 속 산사와 부대찌개”…의정부에서 만난 하루의 고요와 온기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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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흐리고 비 내리는 의정부 거리를 조용히 걷는 이들이 많다. 산책길에 흐르는 한기는 어느새 익숙해졌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고요함과 따뜻한 미식의 위로는 여전히 새롭다. 예전엔 그냥 스쳐 가는 비였지만, 오늘은 그 촉촉함 덕분에 일상의 결이 다르게 다가온다.  

 

13일, 의정부에는 14.9도의 쌀쌀한 가을비가 내렸다. 경기도 북부에 자리한 이 도시는 군사적 배경뿐 아니라 자연과 음식, 문화까지 어우러진 특유의 차분함으로 이맘때만의 분위기를 전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의정부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의정부

비 내린 산사에선 오래된 이야기가 더 고요히 쌓인다. 호원동의 망월사에 들른 한 방문자는 “젖은 숲길을 걸어 대웅전 앞에 서면, 어디에도 없던 평온함이 가슴에 내려앉는다”며 그윽한 감상을 표현했다. 신라 선덕여왕 시절 건립된 이 사찰의 달(月)과 토끼(望月) 이야기, 그리고 혜거국사부도 등의 문화유산은 시간 위에 내리는 빗방울만큼이나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망월사와 같은 지역 사찰·문화유산을 찾는 방문객 중 혼자 찾는 이들이 30% 가까이 늘었다. 비 오는 날이면 실내 공간의 감상을 선호하는 흐름이 의정부 백영수미술관으로도 이어진다. 김환기와 신사실파로 현대미술 흐름을 연 백영수의 작품 세계를 음악처럼 따라 걷는 관람객들이 인상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일상에 스며든 ‘촉촉한 고요’를 도심 속 사색자의 태도라 부른다. 한 심리학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속도를 찾고, 풍경과 음식, 문화 속에서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 오는 날이면 묵은지 부대찌개 한그릇 먹으며 창밖을 보는 게 최고의 힐링” “예전엔 그냥 스쳐 지났던 거리와 산사가, 이제는 일부러 찾아가는 내 마음의 쉼터가 됐다”는 공감 글이 이어진다.  

 

실제로 의정부의 하루는 이렇다. 비에 젖은 숲과 낡은 골목, 그리고 부대찌개거리의 따끈한 국물까지. ‘쌀쌀함과 온기’가 오롯이 공존한다. 작은 산책, 짧은 전시 관람, 그리고 얼큰한 식사가 일상에 새 결을 더하는 오늘.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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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망월사#부대찌개